학습에 있어서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어가는 강의형 수업에 익숙하고 질문을 교사와 같은 연장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한국 학생들은 학습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합니다. 왠지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기분이 들어 일부러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과 문화적 경험 때문에 질문은 교사의 몫이고, 응답은 학생의 역할처럼 생각하도록 내재화됩니다.
그러나 질문은 질문을 받은 사람의 사고만을 활발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질문은 질문을 하는 사람의 사고 또한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수업 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숙제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질문거리를 한 두 개씩 만들어오라는 숙제를 내줍니다. 혼자 즉각적으로 해결 가능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단어와 같은 단순한 질문도 있지만, 학생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어떤 설명에서 혼란을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질문도 많이 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일수록 질문거리가 더 풍성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수업 내용에 대한 호기심과 기본적 이해가 있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대화내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거나 흥미가 없으면 질문을 던져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지요.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 두 개씩 꼭 하겠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수업을 듣다 보면 수업 중 사고과정은 더 활발해지고, 배운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질문은 교사와 학생 간의 학습 관계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수동적이고 온순한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 진행을 편하게 해주지만 교사와 학생간에 형성되어야 할 좋은 학습 긴장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수업과 관계없거나 자신을 과시, 혹은 단지 타인을 시험하기 위한 질문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의 적절한 통제와 수용이 바탕이 된 교실환경에서 학생이 던지는 좋은 질문은 배움의 긴장을 좀더 팽팽하게 당겨줍니다.
나가야 할 진도가 많거나 대형 강의를 듣는 경우라면 개인적으로 교사를 찾아가 질문을 해보세요. 학생이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질문하고, 찾아가 묻는 과정은 배움에 대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또한 저도 한 교사로서 분명 종종 찾아와 질문하는 학생의 배움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그 학생의 질문을 내 화두처럼 더 생각해보게 되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에게 던지는 질문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도 학습력을 강화시켜줍니다. 교재가 던지는 정보에 끌려가기보다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예를 들어 한국의 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다면 이유와 과정에 대한 질문거리를, 영어의 가정법을 공부하고 있다면 형식(form)-의미(meaning)-쓰임(use)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이에 대하여 답하는 과정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내용에 생각이 집중되고 좀 더 사고가 조리 있게 정리됨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다음에 선생님을 만났을 때 질문해야 할 불확실하게 알고 있는 부분을 찾아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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