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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 김치냉장고가 RMB 400만원?

[2011-01-23, 00:13:05] 상하이저널
김치냉장고가 RMB 400만원?

음산하고 축축한 상하이 겨울 날씨에 폭설과 한파까지 겹쳐져 몸과 마음의 냉한기운이 떠날 겨를이 없다. 중국 남방지역의 경우 겨울철 집안과 밖의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아 허리 지지며 겨울을 나던 우리에게 겨울은 시련의 계절이다.

온돌이 한인사회에는 많이 보급이 되었지만 교민의 대다수는 온돌이 없는 곳에서 주거를 하고 있어 겨울철은 날씨가 컨디션에 큰 영향을 주고있다. 온돌이 되어 있는 집들도 겨울나기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온돌을 설치해도 대부분이 단열재가 없거나 단열이 취약한 집들 이어서 바닥은 뜨거워지나 한국 아파트 같이 집안 전체가 훈훈해지는 느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에 한국 난방문화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0년도 초반으로 한인들이 중국에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온돌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몇년전부터는 온돌을 경험한 중국인들도 적지만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어 머지않아 한국의 난방문화도 한류대열에 동참 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집이 아닌 문화를 팔다
몇 일전 한 동안 인사를 못 드렸던 지인들과 오랜만에 저녁을 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술이 일순배 돌아가자 부동산이야기로 화제가 옮겨 졌는데 모이신분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한번씩은 집을 사고 판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라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오고 가며 서로의 ‘무용담’을 교환하고 있던 중 마지막 화자였던 A씨의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되었다.

A씨의 중국부동산투자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씨는 2000년도 초반 상하이에 주재원으로 중국에 처음 나왔고 회사에서 정해준 임대주택에서 몇년 지내보니 임대료가 아깝다는 생각에 주택 구입을 결심하게 된다. 돈은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고 당시 환율이 140전후였다. 구베이 아파트를 염두에 두었으나 가격 변동이 심해 몇번이나 계약을 허탕치자 출근환경과 한인타운이 형성될 것을 대비해 홍첸루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금수강남4기를 분양 받게 된다.

A씨는 집의 인테리어를 놓고 고민하였다. 화려하게 갈 것인가? 심플하게 갈 것인가?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당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찾은것이다. ‘衣食住’중에 ‘衣’는 이미 한국 패션문화가 자리 잡은지 오래고 ‘食’을 이야기한 한국의 드라마가 한류열풍에 주인공이 되자 머지 않아 ‘住’의 한류가 올 것이라 예상했단다. 내가 집을 판다면 중국인에게 팔 것 이기에 집에 한류를 담아 낸다면 어떨까로 고민하던 중 한국 드라마에 나온 집들 중 하나를 벤치마킹해 집을 만들어 갔는데 기본적으로 온돌을 깔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단순화 시키고 가구로 포인트를 살린 집이었다.

당시 인테리어 비용이 온돌이 들어가면 ㎡당 RMB1500원 수준이었는데 A씨는 발품과 손품을 팔아 RMB1000원 이하로 비용을 줄였고 한국적 전통과 모던함을 가진 가구와 소품들로 집을 채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해인 2008년 겨울 정들었던 집을 팔게 된다. 당시 금융위기로 시기가 썩 좋지 않았지만 한국으로 송금하는 입장에서는 환율이 좋아 한국인들이 집을 팔아 한국으로 송금하던 때 였다. 이 시기에 A씨도 집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평균시세가 ㎡당 14,000元정도였는데 A씨의 집은 23,000元에 팔렸다. 처음에는 집을 팔 생각이 없었으나 부동산에서 집을 팔라는 전화가 자주와 지나가는 말로 시세보다 1만원 높게 가격을 이야기하고 그 가격이 아니면 집 보러 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단다. 전화도 줄어 들었고 한동안 잊고 지내던 중에 하루는 중국인 부부가 집을 보러 왔고 한참을 이것저것 꼼꼼히 둘러 보더니 남편이 이것저것 물어보더란다. 설마 살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모처럼 온 고객(?)에게 A씨는 성실히 답변해 주었단다. 그리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같이 온 부인은 한 가전제품 앞에 멈추어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음날 이 부부가 계약금을 들고 찾아왔다. 이 부부의 계약조건은 두 가지였다. 집안에 있는 물건은 모두 놓고 가라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고 두 번째는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전날 아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심히 쳐다본 가전제품이 바로 김치냉장고였다. A씨는 두가지 조건을 모두 수락하였고 이내 계약은 성사되었다. 계약이 끝나고 중국인부부는 이런 말을 했단다. 당신 집이 시세보다 많이 비싸다는 것을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온돌과 당신이 집에 담아놓은 한국적 정서가 좋아서 구입했다고. 이후 계약대로 김치 담그는 법과 김치냉장고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었음은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같은 단지에 살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단다. 그래서 A씨는 말한다. ‘나는 집을 판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것’이라고. 그러면서 누가 집 팔면서 김치 담그는 법까지 가르쳐 주냐고 너스레를 떤다. 이야기를 듣고있던 B씨가 “그럼 김치냉장고가 400만원이네” 라고 해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온돌과 김치 문화를 판 A씨의 수익은 어떠했을까? 간단히 살펴보면 분양가 대비 ㎡당 RMB1500원 이상의 수익과 5년 보유 이후 판매에 따른 세제혜택으로 금융비용을 제하고도 눈으로 보이는 수익은 매매가격의 50% 이상이다. 거기다 원금을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서 환테크를 했고 본인도 거주 할 곳이 필요하여 나머지 돈으로 같은 단지에 비슷한 평수를 구입했다. 한마디로 많이 벌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우리도 A씨처럼 집이 아닌 문화를 팔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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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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