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입시와 관련하여 공인 성적을 많이 다루다 보니 아이들의 토플 점수를 자주 받아보게 된다. 국제 학교 경험과 관련 없이 말하기, 쓰기 영역은 우수한 반면 읽기와 듣기 영역이 유달리 취약한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배경지식, 어휘력, 이해력, 순발력, 기억력을 복합적으로 요구하는 토플 듣기는 막연히 많이 들으면 된다는 식보다는 좀 더 뚜렷한 처방을 필요하다.
언어학습자들이 듣기를 향상시키기 위해 권장 받는 학습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이는 받아쓰기(dictation), 따라 말하기(parroting/shadowing), 요약하기(note-taking/summarizing)이 있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은 어떤 언어든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만 잘못 활용되면 자칫 단순 모방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이 방법들의 궁극적 목적은 ‘인지적 듣기’이다. 이 방법들 중 특히 dictation과 parroting/shadowing이 듣기 처방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 받아쓰기가 보여주는 청취력
마치 환자가 의사에게 진단을 받듯, 받아쓰기는 청취력과의 관계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영어로 예를 들면, ‘➀연음을 잡는가 ➁속도를 따라 갈 수 있는가 ➂어떤 단어인지 구별할 수 있는가 ➃그 단어가 전체 문장 속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가’가 받아쓰기를 통해 드러난다.
➀➁가 아직 안될 때는 될 때까지 받아쓰기를 통해 귀를 훑고 가는 각 단어들을 날카롭게 잡아낼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2. 받아쓰기(dictation)는 되나 Comprehension이 되지 않는 경우–인지적 청취
반면 ➂➃가 안될 때는 관련 배경지식과 어휘를 갖출 수 있도록 읽기와 어휘학습을 통해 이해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어떤 언어든 막론하고, 청취의 목적은 “인지적 청취”이다. 인지적 청취란 단순히 몇 개의 단어를 듣고 내용을 추리하거나, 들은 대로 단어를 다 받아 적을 수 있는 dictation(받아쓰기) 능력과는 다르다. 언어 학습자 중 듣기는 하되 말귀를 못 알아듣고 읽기는 하되 글귀를 못 알아보는 경우는 사실 언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해력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6-8학년의 저학년이 토플 듣기를 공부할 때 나타나는 어려움은 ➀➁의 문제라기보다는 ➂➃의 문제가 더 많기 때문에 단지 국제학교 경력을 언급하며 부담을 주기보다 아이가 접근/이해 가능한 자료와 어휘학습을 통해 이해력의 기초를 다져주는 게 더 좋다.
3. 표현력을 강화시켜주는 듣기 학습을 원하는 경우–parroting/shadowing
보통 받아쓰기 단계를 넘어섰고, 이해력의 기본도 있으나, 듣기와 표현력의 편차가 심한 학생의 경우, 듣기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는 parroting과 들은 내용을 바꿔 말하기를 통해 재구성하는 shadowing을 적극 추천하다. 사실 두 번째 shadowing은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므로 일단 첫 번째 방법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듣기 내용을 문장 단위로 끊어 따라 하되, dictation을 입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연습은 일단 전체 의미를 다 파악한 다음에 이뤄지기 때문에 말하기의 표현력을 익히는 데 좋다. 특히 억양, 어조, 말투를 따라 하면서 자신의 말하기 습관도 교정할 수 있어 좋다. 단, 단순히 들은 단어만 순서대로 적어내는 이해력 없는 받아쓰기가 시간낭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들은 대로 대충 흉내만 내는 parroting/shadowing도 들었으나 머리 속에 남는 게 없는 듯한 느낌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늘 ‘인지적 청취’가 궁극적인 목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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