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CBS 뉴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인터넷이 옥스포드 종이사전을 점차 폐지시킬지도 모른다” (Internet May Phase Out Printed Oxford Dictionary)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 출판사(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앞으로 등장할 제 3판부터는 종이사전을 없애고 디지털 사전만을 판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더라도, 이 발표는 디지털 시대가 출판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화된 학습매체는 학습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언어교육에서는 그 변화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iBT 토플 시험은 컴퓨터로 치러지는 특성 때문에 읽기를 하면서 밑줄을 긋거나 중요한 내용에 표시를 하는 기존의 읽기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학교에는 스마트 보드가 도입되어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판서를 베끼는 경우는 보기 힘들어졌다. 또한 인터넷으로 영어 혹은 중국어 뉴스를 읽으면 인터넷 전자사전이 자동으로 번역된 단어 의미를 띄워주기 때문에 금방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학습 매체는 시간의 효율성, 장비의 휴대성, 컨텐츠의 무한 반복을 가능하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의 결합과 연동을 통한 통합과 연상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언어학습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디지털 장비를 의지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걸까?
현 세대의 세대적 특징은 ‘멀티테스킹’이라고 한다. 종종 학생들이 에세이를 쓴다고 컴퓨터를 앞에 앉아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화면에는 미니 홈피, 소셜 네트워크, 뉴스, 채팅창까지 다 열어놓고 작업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매기 잭슨이 쓴 ‘집중력의 탄생 (Distracted)’이란 책에서는 여러 첨단 IT 장비들이 인간의 ‘집중력’을 어떻게 분산시키는 지 잘 묘사하고 있다. 매기 잭슨은 인간이란 본래 외부 자극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첨단 장비의 자극에 견뎌내기 위해 현대 인간은 집중력을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 조절력을 통해 집중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편리한 생활을 위해 고안한 여러 장비와 기계에게 그 통제권을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첨단 학습 장비를 갖춘다 하더라도, 학습자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학습에 집중하지 않으면 학습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시작했던 멀티테스킹이 결국 더 많은 실수와 시간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를 본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사실 ‘시간’이 아니라 ‘몰입’인지도 모른다.
또한 디지털 학습 매체는 학습자를 지나치게 시각, 청각에 의존하게 하여 촉각 학습의 섬세함과 잠재성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언어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는 외국어를 말할 때의 입술과 혀의 새로운 반응을 느끼고 즐겨봐야 한다. 특히 손을 이용한 학습은 두뇌를 자극 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손을 일컬어 ‘눈에 보이는 뇌’라고 말했다. 단어를 외우면서 손으로 단어카드를 만들어보고, 손과 몸으로 의미를 표현해보고, 집중해서 단어를 써보고, 연상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병행하며 이를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움은 스마트폰이, 인터넷이, mp3가, 노트북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 아무리 스마트폰에 학습 앱을 가득 깔아놓았어도 보고, 느끼고 머리에 담고 몸으로 익히는 건 내 마음 속 학습 의지와 인내에 달려있다는 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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