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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전쟁의 최후 승자

[2010-08-06, 08:07:04] 상하이저널
[한우덕 칼럼]
지식전쟁의 최후 승자
 
경제•경영분야 중국 번역서 서점가 상위권

 
언제부턴가 중국 책이 인기다. 중국의 철학이나 역사, 인문 분야라면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러나 경제/경영 분야에서도 중국 번역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화폐전쟁’, ‘자본의 전략’ 등이 대표적인 책이다. 모두 20위 안에 들었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사회과학 분야 중국 지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말이다.

중국 지성이 서방의 학문을 접한 게 이제 30년이다. 대학교에서 ‘서방경제학’이 교과커리큘럼으로 들어온 게 20년 남짓이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되죠. 한국의 미국 배우기는 60년 전부터 시작됐다.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배웠고, 그들이 대학 강당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한국 독자들은 중국인들이 쓴 금융/화폐/자본시장 책에 열광하고 있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경제 석학이라는 분들은 접시물에 코박아야 할 일이다. 이 땅의 글쟁이들은 챙피한 줄 알아라. 특히 너, 한 기자.”

이렇게 답했다.
“아마 서방을 보는 시각이 달랐을 것이다. 중국 저자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밟고 넘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야. 반면에 우리나라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모방할 것인지를 궁리했겠지. 그들의 탈(脫)서방 의지가 한국의 독자들을 자극한 게 아닐까?”

어쨌든, 책 읽기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미국인이 쓴 책이건, 중국인이 쓴 책이건 가리지 않고 마구 읽어대는 우리나라 독자들의 학구열은 대단하다. 우리의 경쟁력이다. 책을 통해 미국을 이해하고, 중국의 속셈을 간파하고, 우리의 대응책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이 ‘지식의 전쟁’에서 최고의 승자가 될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 못당하는 법이다. 필자의 ‘중국증시 콘서트’와 함께 최근 서점가를 달구고 있는 ‘화폐전쟁’과 ‘자본의 전략’을 읽어보길 권한다.

한국이 ‘화폐전쟁’에 열광하는 이유

‘화폐전쟁(송홍빙/宋鴻兵 지음)’은 2007년 11월 ‘貨幣戰爭’이라는 이름으로 첫 출판됐다. 출판과 함께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본의 전략(천즈우/陳志武 지음)’은 2009년 8월 ‘金融的邏輯(The Logic Of Finace)’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2년을 사이에 두고 나온 책은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그러나 내용은 서로 달랐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충돌된다. 그들은 왜 상반된 시각으로 중국 금융/자본시장을 보게 된 것일까. 이를 추적하면 금융 산업 발전을 둘러싸고 중국 내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또 다른 전쟁과 부딛치게 된다. 자, 시작해 보자.

화폐전쟁은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서방 자본이 중국을 공격한다, 중국은 담을 높이 쌓아놓고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음모’의 시각에서 관찰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테마다. 그가 예상한 서방의 공격은 이랬다. 국제 금융재벌이 중국에 진출해 신용을 창출하고, 공급한다. 각종 금융 상품을 중국에서 파는 것이다. 금융상품의 판매는 곧 유동성 증가로 이어진다. 버블이 끼어든다. 금융재벌은 버블이 극에 달했다고 판단되면 일시에 자금을 빼 경제를 초토화시킨다. 매물이 쏟아지고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돈 되는 것을 훑어 가는 것이다. 이를 ‘털 깍기’라고 표현했다. 1997년에 발생했던 아시아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 위기의 당사자 중 하나가 한국이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화폐전쟁에 열광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달러 붕괴는 정해진 수순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이 보기에 이번 위기야 말로 한국 경제의 빗장을 열어젖힐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구원을 청하는 옛 맹방인 한국을 과거보다 훨씬 더 가혹한 조건으로 대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금융재벌들은 한국 기업에 진작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이 협의를 체결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물려들어 사냥감을 물어뜯을 판이었다.”
송홍빙은 한국 독자를 배려한다.

“그러나 국제 금융재벌들은 한국의 강한 민족정신을 너무 얕잡아봤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한국인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너도나도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 정부를 도왔다.”
한국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흐뭇하다.

송홍빙은 서방 금융재벌의 음모를 설명하기 위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시작되는 서방 금융 역사를 거꾸로 본다. 금융재벌이 어떻게 세계 정치•경제를 농단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좀더 자극적으로, 중국인의 시각을 곁들여 놓으니 드라마틱해졌다.

그는 화폐의 역사를 얘기하며 “달러 체계가 결국 붕괴로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한다. 금(金)과의 태환고리가 끊어진, ‘채무화된 달러’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국채 말이다. 그는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신규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교체할 뿐”이라며 “미국인들은 늘어가는 채무에 의지해 영원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는 없다”고 일갈한다. 여기에 복잡해진 금융 파생상품으로 인해 창조된 ‘천문학적 숫자의 유동성이 경제를 어지럽힌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가 완연한 망조에 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화폐전쟁의 패권국은 누구?

그 다음에 올 화폐전쟁의 패권국은 누구일까. 송홍빙은 중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고다. 그는 언젠가 서방 자본이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기축통화 얘기를 부각시킨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기축통화를 장악하기 위한 화폐전쟁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금(金)’이 주요 해결책이다. 금보유량을 높여 위엔화를 금 태환 화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패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작년 3월 저우샤오촨(周小川)중국인민은행장이 제기한 ‘기축통화 논쟁’과 맞물려 이 책이 크게 각광을 받게 되는 이유다.

“상상해보라. 달러가 세계화폐에서 물러난 후에도 F2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하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송홍빙은 미국을 끌어내린다. 그리고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황금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위안화는 과도한 채무의 욕심으로 무너진 국제 금융의 폐허를 딛고 우뚝 설 것이며 중화문명은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구구절절 중국인들이 환호할 내용이다. 중국 개혁개방 30년, 휘황찬란한 경제실적이 오늘 ‘화폐전쟁’을 낳은 것이다. ‘오만’하다 느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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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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