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토요일에 너는 뭐하니?’ ‘늦잠 잔다.’
상하이에 사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토요일 오전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한 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어느 정도 늦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가거나 학교 과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토요일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학교 버스를 타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매주 포동주말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다.
현재 포동주말학교에는 십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그들은 SMIC, 상하이중학, BISS, Concordia, SAS, 상하이제삼여중 등 상하이의 다양한 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자원봉사자들은 학기 초에 각각 한 개의 학급에 보조 교사로 배정되어 담임선생님들이 하는 숙제 검사나 문제집, 받아쓰기 채점을 도와주고 특별히 수업 내용을 못 따라 가는 학생에게 개별지도를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유치부나 1학년을 맡은 사람은 화장실도 데리고 가고, 우는 애들 달래는 일도 해야 하고, 교무실 전담 보조 교사는 선생님들 쓰시는 수업 자료를 복사하거나 교재를 챙기는 심부름, 시간 맞춰 종치는 일을 하는 등 학년마다 맡은 업무마다 하는 일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앞으로의 꿈이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나온다는 학생도 있고, 국제학교에 다니다 보니 한국 아이들이 모여 있는 이런 곳에서 한국정서를 느끼는 기쁨이 커서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학생도 있고, 상하이에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 활동 거리가 없어서 찾다 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그들이 토요일 아침잠을 반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3학년인데도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우리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아이가 내 도움으로 한글을 떼게 되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는 지난 2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최재은 학생의 말처럼 보조 교사들은 담임선생님의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 뿐 아니라 동생들의 한국어 교육에 일조를 한다는 자부심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현재는 원하는 학생들에게 모두 자리를 줄 수 없을 정도로 봉사 활동을 지원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는데 포동주말학교를 졸업한 선배 학생이 가장 우선 순위이고, 다음이 포동에 거주하는 고등학생들, 다음이 포서 거주 학생들 순이라고 한다.
이 학교 민명홍 교장은 “아침에 꾸벅꾸벅 졸며 학생들 사이에 섞여 등교하는 봉사활동 학생들을 보노라면 뭔가 일반 학생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들이 필기시험보다는 서류 전형의 방식을 택하고 있고, 입학사정관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요즈음, 교과서의 활자로 된 공부를 벗어나 더 넓은 시야와 경험을 가지고자 하는 이런 학생들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이 원하는 미래의 청소년상이 아닌가 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구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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