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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 샤워실의 바보 터널 앞에 서다

[2010-05-23, 05:00:10] 상하이저널
한 남자가 샤워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 남자는 갑자기 쏟아지는 찬물에 깜짝 놀라 다급히 온수방향으로 수도꼭지의 방향을 돌려버린다.
이번에는 펄펄 끊는 물이 쏟아지자 수도꼭지를 다시 찬물로 돌렸고 이후 몇 번이나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간신히 알맞은 온도를 맞출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적정한 위치에 수도꼭지를 맞추어 놓고 시간을 가지고 기다렸다면 원하는 물 온도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인데 이 남자는 그렇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처럼 시차를 무시하고 그 순간만의 정보에만 대응하는 이 남자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 (fool in shower)’라고 불렀다.


fool in shower
통화론자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의 ‘샤워실의 바보’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종종 인용되고는 한다. 주로 순간 순간의 지표만 보고 대응책을 내놓는 정부를 빗대어 샤워실의 바보라는 표현을 한다. 중국은 올해에만 벌써 지급준비율을 세번이나 인상했고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금리인상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으로 흐르는 돈의 물고를 틀어 막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보는 경제학자들은 중국부동산 시장에 정부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통화량과 금리를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여기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장기적으로 통화량과 금리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지 정부가 순간의 판단에 따라 통화량을 늘였다 줄였다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통화량과 금리를 통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샤워실의 바보’가 안되려면 또 시장이 원하는 수온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시장이 스스로 반응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때문에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시장에 자생력을 키워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tunnel effect
어느날 왕씨는 약속이 있어 자동차를 운전하여 약속 장소에 가던 중 왕복 2차선인 터널 안에서 앞서가던 차들의 사고로 인해 꼼짝 못하게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반대편 차선은 소통이 원활히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담배 한개피를 꺼내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에서 차가 못나가게 막는 경찰관들도 서서히 미워 보인다.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꺼내 피던 담배도 떨어져 갈쯤 왕은 결심한다.

경찰의 눈을 피해 반대 차선으로 차량을 빠르게 몰아간다. 하지만 얼마 못가 반대차선에서 달려오던 차와 부딪히게 되었고 이런 왕씨의 행동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통이 되던 반대편 차선마저 막혀 두 개의 차선 모두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허쉬만의 터널효과를 설명해보면 국가의 발전 초기에는 두 차선 중에 어느 하나가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자기가 있는 차선(성장초기에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이 곧 움직이리라는 기대에 부풀게 된다(성장혜택을 곧 받으리라는 기대).

즉 발전 초기에는 경제 성장의 혜택이 남에게 돌아가더라도 그 혜택이 곧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소득분배가 불균등해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 한 차선만 움직이고 자기가 서 있는 차선의 정체가 계속되면 부풀었던 기대에서 오는 좌절감으로 불만이 쌓이게 되고 심지어는 터널 앞에서 차량 소통을 규제하는 교통경찰(정부, 정부정책)을 불신하게 된다. 그 결과 불만에 찬 운전자가 교통법규(위법, 탈법행위)를 무시하게 되어 터널 속은 더욱 혼잡해지고, 더더욱 정체가 심해지는 결과가 생기고 만다.

중국도 성장과 분배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또 찾아온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작년 한해의 핫이슈였던 바오빠를 지켜내어 외형적인 안정은 이루었으나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서민들이 구입 할 수 있는 심리적인 가격선이 무너져 부동산시장에도 터널 안에 갇힌 왕서방들이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시장의 가격을 잡기 위해 기존 거래세 이외에도 물권법 시행 이후로 그 과세 근거가 만들어진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고 시행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핫이슈는 보유세(재산세)징수이다. 그 내용에 따라 얼마만큼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분배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는 다소나마 위로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부동산 시장이 규제가 필요 할때 통화와 금리정책을 쓰는 편이고 후진국을 갈 수록 거래세 보유세 등 세금정책을 선호하는데 중국은 금리나 세금 정책을 근소한 시간차를 두고 동시에 규제에 들어간다. 이와 같은 규제는 2005~2006년 실시한 백화점식 규제가 대표적이었는데 결과는 시장을 차분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지금 중국정부는 당시 정책의 효과를 다시 한번 끌어내기 위해 세제를 신설하고 통화 및 금리정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과연 또 한번 ‘샤워실의 바보’가 터널 안에 갇힌 왕씨를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조:NAVER지식in검색 -허쉬만(Hirschman, A.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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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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