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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다시 찾은 상하이

[2010-04-02, 15:16:25] 상하이저널
3년 만에 방문한 상하이는 한 마디로 국제적인 변화를 따라 무한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푸둥공항에서부터 낯선 길로 승용차가 달린다. 알고 보니 새로 뚫린 고속도로였다. 몇 차례 방문할 때마다, 다녔던 낯익은 길은 아니었다.

1시간 지나 ‘우중루(吴中路)’라 쓰인 이정표를 쳐다보니 마치 시집간 새댁이 모처럼 친정집 마을 어구를 도착한 기분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낯 선길 같은데 우중루는 알 거 같은데 전연 감을 못 잡겠다. 너무나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딸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버지, 상하이는 천천히 변해가고 있어요. 옛날 상하이가 아니라니까요.”

새로 이사한 집으로 오는 시간이 한 시간이 훨씬 지난 것 같았다. 나는 곧 바로 침대에서 녹아 떨어졌다.
이튿날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우산을 받쳐 쓰고 우선 가까운 곳부터 찾아 가보기로 했다. 낯익은 ‘까르푸’에서 상품들을 살펴봤다. 한국산 물건이 가끔 눈에 띄인다. 중국인도 한국인도 모두가 지난번 보다 더 활기찬 모습으로 쇼핑 하는 것 같았다. 양국간의 교역을 통해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 가는 것 같다. 음식코너에도 약간은 생소한 식사가 눈에 띄인다. 과일도 낯선 것들이 진열이 돼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 했다.

명도성 주변 도로도 여전히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전에 들렸던 안마소에 가서 피곤을 풀었다. 안마시술은 중국이 최고로 잘한다는 한국에서 들은 명성답게, 참 놀라운 정도로 시원하게 잘 해준다. 나는 중국어를 못하니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딸이 중국어를 할 줄아니 그나마 통역이 가능했다.

예년에 보지 못한 황사가 상하이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 뿌연 회색 하늘에 종일토록 비와 함께 오고 있다. 날이 개면 상해시내에 곳곳을 다녀 보면서 변화된 시가지를 꼭 보고 싶다. 서울에서 떠나 올 땐, 주변 사람들이 수술하고 몸도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다음 기회에 가라고 말렸다. 그러나, 별로 피곤하지 않아 이곳 저곳을 돌아볼 수 있으니 참 다행한 일이다.

몇 년 전 <중국 땅에서 듣는 아리랑곡>을 기고한 작품의 무대인 이름 모르는 작은 공원 홍메이루(虹梅路)에 들려 보고 싶다. 아직도 그때 그 중국 남녀 노인들이 아리랑 곡에 맞추어 춤추고 있는지 새벽시간에 가보고 싶다. 부지런한 중국 노인들의 건강 관리법을 이번에는 더 좀 배워 가고 싶다.

계속되는 비가 야속스럽기까지 하다. 빨리 비도 황가도 멀리 달아나 줬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한국 가요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타국에서 잊지 못할 고구의 향수가 벌써부터 모락모락 떠오르는 가보다. 길 옆으로 스쳐가는 사람들 중에 한 무리가 한국어로 떠들면서 지나간다. 그들은 힐끔 쳐다 보면서.....
나도 함께 괜시리 어깨가 들썩여 진다. 타국이면서 고향땅에 서 있는 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엄귀섭(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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