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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密达(습니다)

[2009-12-04, 13:39:53] 상하이저널
[김승귀의 사회 문화 심리학 칼럼]
중국사람들이 한국말을 사용한다?

근래 중국의 인터넷에는 수없이 많은 신종어가 등장한다. 특히 외래어의 유입이 눈에 많이 뜨인다. 외래어의 음 자체를 빌어오기도 하지만 표의문자인 중국어의 특성상 글자 그 자체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 외래어를 사용하는 의미를 엿볼 수도 있다.

그 중에서 한국에서 건너온 외래어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思密达”이다. 한국말로 ‘하였습니다’ 의 ‘습니다’ 라는 존칭어 어미를 중국말로 바꾸어 표기한 것이다. 글자의미 그대로 생각을 숨기고 있다. 즉, 속셈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이 말은 남을 비꼬거나 무시하는 반어법으로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어 “我尊敬你思密达” 라고 이야기한다면 ‘당신을 존경한다’는 말끝에 ‘습니다思密达’를 붙여 실제로는 당신을 굉장히 깔보고 무시한다는 반어적인 의미가 된다. 혐한류의 기운이 아니라 다른 문화권의 관념을 접하면서 생기는 차이에 대한 반응이다.

이른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한국인의 ‘맆서비스’ 혹은 한국말의 ‘비꼬는 말투’에 대한 중국인의 차용이다.(실제로 한국말이 가지는 비꼬는 말투는 전세계언어권에서 독보적이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 정말 대단합니다.’ 에서 ‘대’자를 길게 발음하면 그것의 의미는 대단한 게 아니라 비꼬는 말로 의미가 바뀌어진다. 즉 ‘대~단합니다.’ 라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비아냥거리는 말인 것이다. 심지어는 대단 이라는 단어를 '대가리 단단하다'는 의미로 바꾸어서 비꼬기도 한다.)

한국인의 감정

영미권 사람들의 화법에는 항상 먼저 지금 상황의 목적을 먼저 밝히고 그것을 설명하는 순서로 말을 배치한다. 그에 반해 중국어는 화법 자체가 목적이며 상황이다. 예를 들어 사막에서 여우를 만났을 때 살아남는 방법을 물으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우를 먼저 생각하는 반면에 중국인들은 사막을 먼저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사막이라는 상황이 더욱더 중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냐 ,무슨 동물이냐, 라는 것은 그 사막이라는 상황 안에 포함 되어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사막이라는 그 상황자체보다 ‘어떤 사람’ 혹 ‘무슨 동물’이냐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감정적인 사고이다. 눈앞에 있는 대상자체만을 아주 가깝게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간단 명료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다. 그에 반해 한국은 그런 사람은 단순하고 유치한 사람이라며 홀대를 당하기 일쑤이다.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한국사람은 감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반면 중국인은 감정을 최후로 감춘다. 어제 본 연속극을 보고 울었다고 말하면 중국친구들은 굉장히 그 친구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충동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반면 한국인은 그것을 보고도 울지 않았다고 하면 ‘감정도 없는 놈’이라며 외면을 당하기 일쑤이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술을 마시면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반면 중국인은 술을 마시면 게임을 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사실 인간이 자기의 감정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싯달다가 6년 동안 보리수 나무 밑에서 깨달은 건 바로 인간의 감정이 아니던가? 감정을 깨닫는다? 즉, 감정을 느끼기 보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부처라고 한다. 불교어로 견성(見性).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기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런 감정이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감정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니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위태위태하기 그지없으며 이해하기도 어렵다.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충동적으로 느끼거나 속셈이 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감정은 내세우거나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느끼는 것 일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상대방을 감정으로 밉상이라 결론지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게 볼수 가없다. 모든 지식들이 자기 감정을 위해 합리화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른바 심리학에서 칵테일효과나 투사효과 비슷한 것인데(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듣거나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을 상대방에게 투사를 해서 남을 인식한다는 이론.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돼지 눈 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

문화의 차이가 아니다

사실 상하이현지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뵈면 좀 심하다 할 정도로 중국인들을 깔보는 마음을 느낄수 있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혐함류의 주범은 현지거주 한국인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공산이 크다.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한자성어 중에 难得糊涂 라는 말이 있다. ‘잘난 척 안 하기 진짜 힘 든다.’ 혹은 ‘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라’ 라는 말인데, 이것을 중국인들은 ‘복(福)중의 하나라고 손꼽을 정도로 높은 덕목으로 여긴다.

필자가 수년을 알고 지내는 홍콩의 어느 술집 마담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 짓는 농담이 아주 기가 막히다. 예를 들어, 한국손님들은 술집에서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때 심지어 난동까지 부린다고 한다.

그러고 나선 다음날 스스로 전화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내가 어제 너무했지?’ 그러면서 다시 그 가게를 찾는단다. 일본손님은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하고서는 돌아간단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 가게에서 일본 손님자체를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손님은 별말도 없이 그대로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뚝 끊었는데 그 이유는 며느리도 모른다고 한다나? 그야말로 难得糊涂 의 실천 인것이다.

처절한 생존의 역사 속에서 중국인들이 터득한 방식일 것이다. 그것은 결코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인것이다. 바닷가에서 사는 것과 과 산골에서 사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의 본질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다만 자기가 속한 사회적 관념과 습관을 좇고있을뿐 이다. 즉, 습관이 된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나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아무렇지 않지만 상대방은 그 담배연기에 곤혹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의 습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습관 또한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지 문화차이라고 인식하기만 한다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너와 나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이라는 계속되는 차별의식과 구분만 생기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에서 문화(文化)라는 말은 학식이 높고 낮음으로 사용된다. 서양이 이야기하는 culture , 즉 ,’생활방식 전부’를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과 피우지 않는 습관이 서로 다르듯, 스스로와 상대방의 습관 차이부터를 인식해야 그제서야 ‘서로 이해’라는 방법을 찾을수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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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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