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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이야기> 아! 봄나물 먹고 싶다

[2009-04-20, 21:39:08] 상하이저널
‘친구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겨우내 인색하던 상해의 햇볕이 느닷없이 너무나 관대해져서 환한 빛을 뿌리고 있다. 질척한 상해의 진흙 위로 빼꼼이 고개 내민 연두빛 새싹들을 보고 있자니, 어릴적 학교에서 배웠던 동요가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진다. 사실 지금 나한테 바구니를 주면서 산에 들에 지천인 봄나물을 캐오라고 하면 제대로 된 나물을 캐올 자신은 없다. 어린시절을 서울에서 보냈고, 어쩌다 엄마와 함께 시골에 가서 엄마가 즐거워하며 나물을 뜯을 적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물 뜯는 엄마의 주변을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어려서는 봄 향기 물씬 풍긴다는 봄나물들이 별로 좋지 않았었다. 하루종일 엄마가 봄볕을 이고 캐온 나물들이 밥상 위에서 저마다의 향을 뿜어내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입맛이 변덕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정한 맛을 알게 되는 것인지 어릴 적에는 모르겠던 나물의 맛이 지금은 너무나도 그립다. 향긋한 향을 풍기는 냉이된장국이 먹고 싶고, 금방 뜯은 쑥으로 금새 쪄낸 쑥개떡도 생각난다. 장독대 가득 피어나던 싱싱한 돗나물 무침도, 고소한 맛이 나는 봄동 겉절이도 그립다. 아쉬운대로 상해의 재래시장에서 파는 물냉이를 사다가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도 어째 한국의 냉이처럼 향이 진하지 않아 어딘가 조금 모자란 기분이 든다. 중국 사람들이 볶아먹는 다는 마란토우(马兰头)나 비름나물을 사다가 데쳐서 된장에 무친다, 초고추장에 무친다 해도 어쩐지 진정한 봄나물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시다. 젊은 시절부터 앓아오신 당뇨병의 합병증이 신장으로 와서 이틀에 한번씩 병원에 가셔서 신장투석을 받으셔야 한다. 신장 투석 전에는 큰딸이 살고 있는 상해에 일년에 한번씩은 놀러 오실 수 있었는데, 이젠 하루걸러 한번씩 병원에 가셔야 하니 여러 날 걸리는 여행은 생각도 하실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니 아버지의 간병을 해야 하시는 엄마는 더 힘들어 지셨다. 원래 아픈 환자보다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고 하지 않던가? 아버지가 병원에 가시는 날 엄마는 집 근처 동산에 올라 냉이며 쑥이며 봄나물을 뜯으셨다고 한다. 입맛 잃으신 아버지 입맛도 돋구게 하고, 하루 종일 아버지 수발을 하셔야하는 답답함도 잊고 싶으셨겠지. 아버지와 통화를 하다 엄마가 뜯어오신 나물 반찬을 드셨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나도 냉이국 먹고 싶다.” 했더니, 아버지는 금새 엄마가 캐오신 나물을 얼려서 상해에 보낼 수 없을까 하면서 큰딸에게 봄나물을 먹일 궁리를 하신다. 하긴 일년에 한번 상해에 오실 적에 여기엔 총각김치가 없어서…….하고 한마디 하면, 커다란 통에 총각김치를 해오시고, 만두 좋아하는 딸 먹이겠다고 만두속을 만들어 얼려서 들고 오시기도 했으니, 봄나물이 먹고 싶다는 딸에게 들판에 지천인 봄나물을 보내고 싶으신 마음은 오죽하실까. 괜한 소리 한마디에 상해에 오지 못하시는 아버지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말았다. 아버지께는 괜찮다고 여기 비슷한거 많아서 잘 해먹고 있다고 안심을 시키긴 했지만, 지금 당장 먹을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엄마가 캐오시고 뜯어오셨다는 봄나물이 정말 먹고 싶다. 아니 큰딸 보고 싶어 하시는 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향긋한 향으로 봄을 느끼고 싶다.
▷푸둥연두엄마(sjkw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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