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해도 벌써 여름인가 싶게 날이 더워 겨울 옷 정리하니, 다시 추위가 찾아와 넣어두었던 옷 꺼내 입어야 하는 경우가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혹시나 했지만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드라이 크리닝 해버린 옷을 다시 꺼내어 입으며 변덕이 심한 사람을 가리켜 ‘봄 날씨 같다’고 한 옛말이 상하이 봄날과 어찌나 절묘한 매치를 이루는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햇볕이 따사로워 괜시레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지는 요즘, 상하이 거리에서 만나는 또 다른 특색은 ‘낙엽’이다. 지금 거리의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한국으로 치면 거의 가을 수준으로 새파란 잎사귀 사이로 누렇게 말라 붙은 이파리를 우수수 떨어지게 하고 있다. 청소부들이 거의 매일 한 자루씩 낙엽을 담아 갈 정도로 엄청난 낙엽을 봄에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지금 주로 낙엽을 떨어뜨리는 나무는 향나무로 상하이에서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놓아 봄인데도 봄과 가을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낙엽을 다 떨어뜨리고 나면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데, 그 꽃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 좋아 향나무라고 불린다니 꽃이 피기 시작하는 5월이 정말 기대가 된다.
그러나 봄이 되면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거리에서 쉽게 꽃을 볼 수 있었던 한국과 달리 상하이에서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로수를 보게 되어 상하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다. 한국에서는 봄의 전령으로 일컬어지는 개나리나 진달래는 아예 책이나 사진에서만 볼 수 있고, 목련 등은 이름이나 알까 싶을 정도이다. 부모라도 부지런을 떨어 아이들 데리고 복숭아꽃, 매화꽃을 보러 가면 좋으련만, 무심한 남편은 주말 골프장 가는 길, 유채꽃이 참 아름답더라는 말만 한다.
봄에 피는 꽃을 찾아 동네 한바퀴를 돌아도 밥풀처럼 붙어서 피고 있는 꽃나무와, 상하이만의 봄을 느낄 수 있는 낙엽이 쌓인 길을 걷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긴, 지구 어느 곳에서 생명이 용솟음치는 봄의 세찬 기운과 낙엽의 쓸쓸함을 동시에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것이 많겠는가. 낙엽이 쌓인 상하이만의 봄을 지켜보는 것도 상하이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오민희(sh0mh2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