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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돈 없으면 죽지도 마라

[2009-04-14, 01:07:02] 상하이저널
지난 4월4일 청명절 휴일에 4억 명이 조상의 묘를 찾았다. 중국은 2008년부터 청명절(清明节)과 단오절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전통명절의 부활을 선언하고 명절날 조상을 기리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조상 모시기'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공자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선부론적인 사고에서 발생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유교적인 가르침에서 찾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운동 중 대표적인 것이 청명절 날 성묘를 가는 것인데 문제는 취지와 달리 전통 세우기가 잘못 세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죽을 수도 없고, 묻을 수도 없다(死不起, 葬不起)'
부동산을 용도에 따라 분류해보면 주택과 같은 주거용 부동산, 상업시설인 상업용 부동산, 공장 등의 공업용부동산, 임야, 초지와 같은 농업용 부동산 그리고 묘지, 교회, 골프장 같은 특수용 부동산이 있다. 묘지는 부동산 용도에 따라 나누면 골프장과 같은 특수부동산에 해당된다.
지금 중국은 전통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묘지투기라는 복병을 만났는데 묘지라는 특수부동산이 경제흐름과 상관없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더니 이제는 일반인들까지 투기세력으로 참여하면서 아파트보다 비싼 묘지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허베이(湖北)성 우한의 경우 1㎡ 규모의 묘지 가격이 3만~20만 위엔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 가격(7천위엔) 보다 5~30배나 올랐고 광저우는 이보다 더 심각해 묘지 평균가격이 1만4천위엔이다. 최고 비싼 묘지는 광둥성 선전의 한 호화 묘지로 가격은 78㎡에 220만 위엔(약 4억2600만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부동산투자 중에서 묘지투자만큼 훌륭한 투자처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로 인해 재작년 중국정부는 부동산투기 제한정책을 발표하기 앞서 묘지투기제한 정책의 일환으로 '장례관리조례' 수정안을 발표해 한 장의 사망증서로 한기의 묘지만 구입 할 수 있도록 하여 산사람이 묘지투기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는 돈 냄새를 맡은 투기세력의 의지를 꺾지 못하였고 거기다 부모의 묘를 호화롭게 꾸며야 효도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의 전통 관념도 한몫 거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묘지 가격이 아파트가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묘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작년에 신문에 쓴 적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경에서 만난 장 모씨의 예를 들면 부동산 기업의 경리로 근무하면서 가족용 묘지를 장만하기 위해 매달 8천위엔씩 모으고 있었다. 월수입 1만6천위엔의 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나머지8천위엔으로 자녀의 학비며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하기는 하지만 그는 1년만 더 모으면 가족 묘지를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도시지역 묘지는 m²당 7천∼1만3천위엔을 호가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다. 값도 매년 5∼20%씩 주택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다. 장 씨의 말로는 특별한 거래세도 없고 주택보다 가격이 더 오르고 여차하면 본인이 이용(?)하면 되는 최고의 투자상품이라는 것이다. 장씨의 말은 사후(死后)에 살집을 미리 구매해놓아 집 걱정 없어 좋고 현실세계에서는 필요하면 환금해서 현금을 만들기에는 부동산보다 더 좋다는 이야기이다.' 장 씨의 마음에서 엿볼 수 있듯이 묘지를 통해 조상을 잘 모시고 그 속에서 전통을 다시 세우자는 정신이 투기라는 그늘 밑에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집보다 비싼 묘지가격으로 인해 불평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묘지가 없으니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장묘 시장은 연간 160억 위엔(3조2천억 원) 정도로 엄청나게 큰 시장이고 중국에서 하루에 태어나는 인구보다 죽는 인구에 포커스를 맞추어보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묘지관장 사업이 정부의 독점사업이어서 시스템 엉성한 부분과 가격통제를 제대로 못하는 부분을 꼬집어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부분도 민영화를 통해 시장에서 묘지가격이 수요공급의 교차점을 찾아야 불만이 조금이나마 없어질 것이다.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 팡누(房奴)가 되었는데 죽어서도 무누(墓奴)가 되어 부동산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중국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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