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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컬럼}김연아 신드롬을 보며

[2009-04-08, 11:29:28] 상하이저널
한국인 최초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 우승

김연아가 울었다. 그 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도 시상대에서는 항상 밝은 미소로 천진난만하게 웃기만 하던 그녀가 천사의 도시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우승을 하고, 시상식에서 링크 안에 태극기가 올라가며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어 버린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팬들도 따라 울고 중계방송을 하던 캐스터도 울먹이고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국민들 가슴도 먹먹해 울었다. 감동의 눈물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아울러 새로운 희망이 샘솟게 만든다. 감동과 순수, 희망을 선사해 준 김연아에게 정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세계 언론은 2009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김연아의 '여왕 즉위식'이라 명명했다. 김연아의 연기에 반한 세계 언론들이 새로운 여왕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며 한 말의 백미다.
AP통신은 김연아의 성씨인 KIM과 발음이 유사한 '퀸'으로 바꿔 Queen Yu-na이라며 ‘김연아의 독무대’ ‘마치 얼음 위를 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보도했다. AP는 또, 다른 선수들은 점프에 앞서 속도를 줄이는 반면 김연아는 오히려 최대 속도를 낸다. 최대 속도를 유지 한 후 점프를 하고, 점프 후 착지할 때는 마치 베개 위에 내려앉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한편 미국 NBC 방송은 경기가 끝 난 뒤, ‘라이벌들이 경쟁하는 대회라고 하기보다는 한사람의 즉위식에 가까웠다’라고 비유했고, 미국 유니버설스포츠는 아예 여왕폐하만세(Long live the Queen)라고 극찬을 했다.
김연아가 착용하는 주얼리나 액세서리는 지금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매일유업 등 김연아가 출연한 광고의 광고주들은 너무 행복해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박세리 KIDS가 미국 LPGA 시장을 주름 잡는 것처럼 10년 뒤에는 김연아 KIDS 들이 세계 피겨계를 장악할 날이 올 거라고 벌써부터 호들갑이다.
바야흐로 김연아의 세상이다!

희망 바이러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지금도 김연아가 나오는 대회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경기를 보지 않는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척박한 환경, 가르쳐 줄 마땅한 선생님도 없고, 잘한다고 해서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는 막막한 미래, 신체적 조건부터 동양인들은 해도 안된다는 편견,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스케이트나 탄다는 주변의 따까운 시선, 이 모든 것을 오직 실력 하나로 이겨내고 당당히 세계 피겨 여왕에 등극한 김연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곳에서 현재는 누구도 알아 주지 않아도 말없이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우리 사회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김연아는 스스로 성공신화를 보여 주어 우리 사회를 보다 견딜만하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대통령도 하지 못하는 일을 스무 살도 안된 어린 소녀가 해 낸 것이다.
언제였던가 김연아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에 자식은 스케이팅을 안 시킬래요. 훈련도 너무 힘들고 가르치는 부모도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그 인터뷰를 지켜보며 엄하디 엄한 김연아 엄마가 처음으로 울었다고 한다.
현재 많은 상하이 교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여자선수에게는 불가능하다는 트리플악셀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차가운 바닥에 찧어야 했던 그녀의 수많은 엉덩방아들과 시상대에서 뜨겁게 흐르던 눈물이 현재 힘들어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바이러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법무법인 대륙 상하이 사무소 최원탁 변호사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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