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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 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다

[2009-03-30, 22:23:53] 상하이저널
항주 서호에서 조금 떨어진 고가(古家)에 관광객들이 떼를 지어 들어가고 있다. 조그마한 문을 따라 들어가 보니 청나라 同治황제가 내렸다는 ‘勉善成荣’(선을 행하면 영화를 이룬다)란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걸음 더 들어가보니 아름다운 정원과 회랑, 태호석으로 장식한 조경이 펼쳐졌고 늙은 고목이 집안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듯했다.
이곳은 청나라시대에 만들어진 총 5,815㎡의 저택으로 중국에서 상인으로서 전무후무한 1품관직에 올라 ‘홍정상인(红顶商人)’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호설암(胡雪岩)의 집이다.
중국 비즈니스의 고전인 ‘호설암전기’를 통해 만나보았던 그 집이였기에 방문의 의미는 남달랐다.
이번 시간에는 13억 중국인들을 매료시킨 ‘商圣(상성)’호설암과 옛 거상들과의 교왕을 통해 중국 부동산투자의 지혜를 얻어보자.
‘商经’이라는 책을 보면 호설암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다음 과 같은 핵심 요소를 마음에 새기라고 충고한다.


큰 사업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입지(立志)’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았다.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문화, 관습, 제도, 정책의 벽에 막혀 답답함을 술안주거리로 삼아 푸념을 해보았을 것이다. 한인경제가 힘들어져 부동산투자도 주춤해진지 오래다. 하지만 중국에서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원한다면 능동적인 자세로 나서야한다.
호설암과 동시대의 사업가로 서윤(徐润)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서윤은 매판으로 돈을 크게 벌어 부동산사업에 투자하기로 뜻을 세웠다. 처음 투자한 곳이 상해의 조계지였다. 투자가 이루어지고 조계지인구가 5만에서 14만2천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엄청난 부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中-佛 전쟁이 터지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빈털털이가 된다. 이후 상해와 천진에 토지를 구입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으나 8개국 연합군이 중국을 침범하였고 서윤이 사들인 천진의 땅에 조계지를 만들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운이 안 따라 주었다. 하지만 서윤은 ‘배짱을 두둑이 갖고 어금니 악물면서’부동산으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입지를 다지면서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두어 중국 근대사에 호설암과 함께 부동산 재벌의 위치로 거상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서윤의 인생에서 찾을수 있듯이 중국에서 정말 부동산투자의 성공을 원한다면 중장기적인 시간의 바탕에 먼저 강력한 입지를 세우고 다음으로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사물의 큰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인 ‘안목(眼目)’
한국인들의 부동산을 보는 안목은 뛰어나다. 어릴적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이집저집 이사다니던 기억과 아파트 한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시던 보모님을 보며 자라서인지 집에 대한 애착과 안목은 남 다 른것 같다. 강남복부인도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탄생한 경제세력일 것이다.
중국에서도 부동산을 보는 안목과 대세를 잘 파악하여 유명해진 여걸이 있다. 1992년 여유진(吕有珍)이 통운회사의 사장으로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개혁개방이 확대되면서 광주의 발전이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도시확대는 필연적이 될 것이라 광주의 주변지역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녀가 선택한 곳이 광주 북방의 조그만 현인 화현(化县)이다.
당시 광주북쪽지역은 황무지였고 광주남방의 주강삼각주에 부동산투자 열풍이 불 때라 회사의 이사들로서는 광주북쪽지역을 투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토지계약까지 가는데는 말(马)을 업고가야 되는 상황인지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 이후에도 이사들의 비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로부터 2년 후 때가 왔다. 투자지역이 시(市)로 승격되면서 중국 최대규모의 공항과 터미널, 무역항 건설이 결정되었고 화현의 땅은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여유진의 성공은 본인의 강한 입지(立志)와 안목(眼目)이 만들어낸 창조물이었다.
현대사회에서 부동산을 보는 안목은 돈으로 연결된다.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현지화된 안목은 중국 부동산투자 시 꼭 필요한 사항이다.
기업들이 해외사업을 시작하면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구호가 ‘현지화를 이루자’ 이듯이 중국부동산투자 선결요건에 안목의 현지화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사업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수활(手滑)’
‘두려움없이 칼날에 묻은 피를 핥아라!’는 호설암이 남긴 수많은 어록 중 상인의 4덕(智仁勇信)에서 용(勇)을 자극적으로 표현한 말로 좋은 기회일수록 위험은 더 많은 법이고 위험을 감수 할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태도와 남이 투자하면 나도 하겠다는 조건반사적인 자세를 보이면 투자의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앞으로 2000년대 초반같은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도래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중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투자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 시기를 잘 이용하려면 입지, 안목과 함께 과감한 결단을 내릴 준비를 미리 해 두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교민사회가 우울하다. 상해 생활의 구심점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기에 다소 역설적이지만 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 할 것 같다.
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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