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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도시 개발과 건축적 이데아

[2006-04-11, 03:06:09] 상하이저널
[김승귀의 건축 이야기]
상하이 도시 개발과 건축적 이데아
 
최근 한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가 발표한 와이탄 재개발에 대한 아이디어가 중국 건축계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유압기술을 이용해 기존 와이탄 건축물을 6-7미터 부상시키고 중산동로 와이탄 상부를 고가도로처럼 덮어 그 위를 녹지와 보행거리로 만들자는 것이 그 골자였다. 그는 또 그에 따른 경제적 환산도 설명했는데, 현재 입방 미터당 5-6만위엔을 맴도는 와이탄 부지를 고려할 때 (간척지 마냥) 상층부에 조성된 새 부지가 충분히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이었다.

건축을 하는 필자로서는 그의 아이디어를 다분히 엔지니어다운 발상으로 간주한다. 건축적 이데아란 무조건 쌓아 올리는 축성의 의미보다는 이면에 숨은 현상들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최고수의 건축가는 최소 규모의 건축으로도 최대 효과를 빚어내는 내공(?)을 지닌 자여야 한다. 오히려 이번 아이디어는 그 동안 무조건 새로운 곳만 향하던 중국과 상하이의 현실에서 의례적으로 기존 도시로 시각을 돌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불도저와 삽으로 무장한 채 앞만 보고 달리던 상하이의 건축이 드디어 기존의 장소에 그 어떤 건축적 아이디어를 부여하고자 했던 점이 주목할만하다.

몇 해전 캐나다의 어느 도시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도시건축 공모전이 열렸었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맨홀뚜껑 디자인 공모전이었는데, 여태껏 흉물스럽기만 한 맨홀뚜껑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단장된 모습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리고 그 변한 맨홀뚜껑은 시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거리를 단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였다. 화장실이 방처럼 깨끗한 집에 방이 더러울 수가 있을까? 이처럼 도시건축의 이데아는 단지 무엇을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연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것, 심지어 보도블록의 한 귀퉁이조차도 거대한 건축적 이데아로 삼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장 내공(?)있는 건축가는 스케일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유학시절 캠브리지 대학원 과정 중 일년 간 전념한 프로젝트가 고작 공원의 벤치 하나였다. 하지만 이를 위해 영국의 역사, 도시를 죄다 꿰뚫고 다녔어야 했다. 이처럼 일상적이고 작고 하찮은 것들을 가장 비일상적이고 가장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사유가 지금 상하이에는 절실하다. 짐작하건대 이제 상하이는 그 도시개발의 방향이 기존의 도시 안으로 되돌아오는 전환점을 마주한 듯 하다. 그 엔지니어가 제안한 와이탄 재개발 아이디어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이제 상하이도 달려가던 트랙터를 멈추고 뒤돌아보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고민해 볼만하다. 한번쯤은 굉음을 내고 달리던 도시가 과연 어디서 멈출 것인가를 가늠해보는 것도 상하이 현지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알 수 있는 특혜(?)리라.

▷김승귀(건축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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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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