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이다. 정말 꼭 10년 만이다. 10년전 주재원 발령받아 상해에 나온지 일 년여 만에IMF의 여파로 한국으로의 복귀 명령을 받았을 때, 회사일로 바빠서 식구들과 변변한 여행도 해보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에 아이들 아빠가 계획한 여행이 황산이었다.
그 때 여섯 살 일곱 살이던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갔던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하이처럼 그 곳도 변해있는건 아닐까? 같이 여행을 떠나는 지인도 10여년전에 갔었던 황산을 기억하며, “산천(山川)이 변하는건 싫은데……” 하며 걱정을 했다.
10년전에는 고속도로가 정비되기 전이라 비행기를 타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황산까지 차를 운전해서 가기로 했다. 잘 정비된 고속도로에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황산까지 달리는 차는 많이 보이지 않아 시원하게 달려 도착한 목적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깨끗한 물이 인상적이었던 비취계곡(翡翠谷)을 찾았다.
행여 물이 줄지 않았을까,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던 비취색의 물색이 변해버린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입장권을 내고 계곡안으로 들어서니, 우리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원한 물소리가 귀를 먼저 사로잡는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서둘러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거의 변함없는 계곡의 깨끗하고 시원한 모습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사자암, 선녀탕, ‘愛’자 바위…… 아기자기한 계곡의 모습과 그럴듯한 작명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10년전과 같은 풍경과 비취색의 물에 일행 모두의 눈이 깊어진다.
연인을 위한 다리(情人桥)를 같이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했던가? 다리 난간에 걸려있는 각종 자물쇠들이 이곳을 같이 건넜을 수많은 연인들의 바람을 보여주는듯 하다. 우리 부부는 10년전과 같은 모습으로 情人桥에서 사진을 찍으며 또 다른 10년후에도 이곳에서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래보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진짜 황산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황산 케이블카를 타기위해서는 전용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조금 불평을 했지만, 좁은 산길을 올라가는 버스를 보며 이곳에 너무 많이 차들이 몰리면 안되겠구나, 이렇게라도 산으로 올라가는 차의 양을 조절하는것이 더 효율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드디어 황산에 가까워진다는 설레임과 산의 웅장함에 감탄을 하며, 다시 10년전 기억을 떠올린다.
산위에 올라가면 그래도 먹을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도 먹을것 하나 준비하지 않고 달랑 물 한병씩만 들고 케이블카를 탔던 10년전,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여섯살짜리 작은녀석이 결국은 지나가던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거무튀튀한 찐빵(馒头)을 하나 얻어 제 형과 함께 맛있게 나눠먹던 기억, 아이들 둘을 데리고 걷는 우리를 따라오며 가마에 태우라는 가마꾼들에게
“우리는 안 타요. 걸을 수 있어요”라며 당차게 말하다가도 너무 힘이들어 결국 둘이 같이 가마에 앉아 좋아라 하던 아이들의 모습…… 그러던 아이들이 이제는 같이 올라가는 사람들의 점심도시락을 짊어지고, 묵묵히 앞에서 앞장서고 있다.
파란 하늘과 어울어진 운해(云海), 기암괴석과 그 바위틈에 자라난 소나무, 황산이 자랑하는 모든 풍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하던 작은녀석이 “엄마, 우리 정말 운이 좋은거였어요. 황산에서 운해(云海)를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에 50여일 정도 밖에 안된다는대요”하며 즐거워한다.
그래 정말 그랬구나. 우리가 운이 좋았던거구나. 깊은 산,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바다…… 또다른 10년후에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황산을 기대해본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