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에 이어) 지난 주 상하이 교민사회에 화제가 됐던 ㄹ 웨딩샵은 12일과 17일 두차례에 걸쳐 한화 1억2천2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자들과 직원들에게 배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ㄹ 웨딩샵 사건은 이처럼 일단락될 듯 하지만, 교민들과 한국업체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기도 했다. 무단철수의 여파가 중국에서 살아가야하는 교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온다는 것이다.
오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송재연 사장은 ㄹ 웨딩샵 문제로 꽤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교민들 경우는 경기가 어려워진 이유도 있지만, 중국 고객들 중에도 간혹 현금으로 내야하는 예약금에 주춤해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큰 피해는 아니지만 한국스튜디오라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또한 치푸루에서 6년째 의류업을 해온 L 모씨, 7월 사건 이후로 한국인을 대하는 중국 상인들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치푸루에서 6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얼굴을 아는 상인들 조차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주문을 받지 않으려 한다”라며 안타까워한다.
한국업체들의 무단철수 소식은 올 초 산둥성(山东省)에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중소기업들의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코트라 다롄(大连)무역관은 “한국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임금체불이나 대금납부 지연, 조업 차질 등의 현상을 겪고 있다”며 “칭다오 등지의 한국기업 야반도주 현상이 생기자 중국 정부가 아예 한국의 사양업체들을 내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쑤저우분행 양종필 분행장은 “한국 중소기업만 별도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전체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은행도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줄 여력이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는 자금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전체 중소기업 중 한국기업들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어려워진 업체들의 무단철수로 남은 한국인들이 선의의 피해를 겪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