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동산시장과 자동차 시장에 떠도는 이야기 중 金九银十 라는 말이 있다. 9월은 금과 같고 10월은 은과 같다는 말로 그만큼 이시기가 일년 중 시장의 최고 성수기라는 의미이다. 전통적으로 중국부동산 시장을 보면 9월부터 자녀들의 학기가 시작되는데다 가을의 문턱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국경절을 기점으로 정점을 이루고 10월까지 그 기세가 이어져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에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듯 중국에서 9~10월은 불패의 계절이었다. 부동산가격은 상승하고 투자심리도 극에 달해 활황세를 이루어 오던 두 달 이었기에 개발상의 경우 한해 분양물건의 상당수를 이 두 달을 기준으로 스케줄을 조정할 정도였다.
이번 호에는 金九银十의 계절에 부동산시장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포스트 올림픽
9~10월 불패신화의 밑둥을 흔드는 사건이 올 봄 중국 경제특구1호인 선전에서 발생하였다.
부동산 열풍을 타고 작년에 선전의 바오안, 난산 등 투기지역에 아파트를 무리하게 구입한 사람들이 대출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50%가량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았다. 일부는 대출상환을 중단하는 断供(단궁)을 선택하여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 다른 대도시 부동산 시장에도 큰 파장을 가져다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발생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최근 중국정부는 개발상들의 토지매입 대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였고 일선 은행에 모기지 대출중단을 지시해 자금경색에 따른 시장침체가 9~10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9,10월 불패신화 무너지나
냐오차오(鸟巢) 올림픽 주 경기장의 성화가 꺼지면서 포스트 올림픽(올림픽 이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관련사업 투자종결에 따른 투자감소와 대규모 국제행사 이후의 소비심리 위축,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부실 가능성들이 제기되자 부동산 시장도 많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경우 올림픽 기간에 몰려온 외국인에게 평소보다 2~3배 이상 바가지 임대료를 물렸던 베이징의 집주인들은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임대료 폭락을 걱정하고 있고 지난달 실시한 대도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향후 중국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가격하락과 약보합세를 보일 것 이라는 의견이 70%를 넘겼다. 이 같은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 되고 있다.
상하이 불패
지난 6일 上海证券报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시정부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부동산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7월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동기와 비해서는 69%, 전월과 비교해서는 32%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평균가격이 전월 대비 24%폭락하였는데 이 같은 폭락 장세는 양도세 도입으로 폭락한 200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거래량도 상당히 줄어들어 일부 지역의 경우 80~90%까지 줄어들어 상하이불패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상하이뿐 아니라 항저우, 쑤저우 ,난징 등지로 급속하게 퍼져 가는 중이다.상하이도 金九银十의 특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완커(万科)의 분양가 인하
중국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얼마 전 완커에서 개발하는 항저우의 한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개발하는 아파트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자 25%할인 분양을 시작한 것이 기존 계약자들의 원성을 산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개발상인 완커의 분양가 인하정책은 중국건설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고 金九银十의 계절에도 미분양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투자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최근 들어 개발상에 구매취소 혹은 차액 반환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도 부동산투자의 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