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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도마소리

[2008-09-01, 21:27:44] 상하이저널
도무지 꺽이지 않을 듯 싶던 습하고 무더운 상해의 날씨도 식을 줄 모르던 올림픽의 열기도 시간의 흐름 속에 지나가 버렸다.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물론 요즘은 사계절 관계없이 과일 이나 채소들을 맛볼 수 있다지만 그래도 가을 과 함께 여러 방면의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올해는 우리나라의 추석도 빠르고 이제 보름 남은 명절은 기쁨보다 치솟는 물가에 고심하는 모습이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바쁜 생활 속에 명절은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또 다른 쉼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외딸로 자라난 나는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7년, 엄마가 떠나시기 전까지 난 김치하나 담글 줄 모르는 그야말로 엄마에겐 예쁜 도둑(?)이었다. 지금 엄마가 가신지 벌써 11년, 어머니의 고운 모습이 홀로 계신 아버지와 겹쳐 그리움을 더한다.

늘 그래왔지만 평안도가 고향이신 조부모님과 아버지로 인해 명절 때나 어떤 행사 또 늘상 어머니는 만두를 빚으시곤 했다. 고기를 삶아 다지고 두부, 당면 야채...정성스럽게 만두 속을 다지고 버무려서 밤새 아주 많은 ‘이북식 고기만두’를 빚으셨다.

사실 어머니의 고향은 강원도 평창이시고 고기나 느끼한 음식은 전혀 못드시는 분이었다. 심지어 라면조차도…. 하지만 어머니는 무엇이든지 우리를 위해 하셨고 심지어 ‘아버지의 리모콘’(사실은 우리가족 모두의)이란 칭호까지 얻으셨다. 늘 아버지의 “여보~”란 소리에 “네~”하시며 달려 가시던 나의 어머니. 어머니가 떠나셨다. 한동안 아버지께서는 전화벨 소리에도 습관처럼 “여보~”를 부르시다가 나를 보고 당황 하시곤 했다.

예전에 한국에서 매달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면 지금은 오랫만에 뵈어도 며칠을 함께 지낼 수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꼭 주문하시는 것이 있다. 내가 빚는 고기만두, 김밥 그리고 을지로에 있는 평양식 냉면. 언젠가 잔뜩 장을 봐 열심히 도마질을 하고 있었다.

“얘야, 그 도마소리가 너무나 정겹구나. 아마 네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듣는 것 같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무심코 두드리는 이 소리에 아버지 느낌은 나와는 너무나 달랐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왔다. 물론 이번에도 난 김밥을 쌌고 만두를 빚었다. 아주 많이 도마질을 했고 많은 만두를 빚으며 긴 대화를 했다.

예전엔 말씀이 너무 없으셨는데 깊은 주름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아버지의 잔잔한 말씀 속에서 ‘산’과 같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았다.
요즘은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돈 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은 세상. 여자가 요리를 못해도 밥을 못해도 흉이 안되는 세상. 물론 나도 흉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마소리 에 대한 아버지의 말씀 이후에 내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때론 지겹다고 생각되던 부엌에서의 작은 것조차도 따뜻하게 다가오고 소중하게 여겨졌다. 커다란 어떤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무심코 흘러가는 그런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거라는….▷칭푸 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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