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이 하구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충밍다오(崇明岛). 면적은 동서 80 km, 남북 13~18 km로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하이난다도(海南岛)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꼽힌다(타이완을 포함할 경우 세 번째로 큰섬).
이 섬은 천 년을 하루같이 떠내려온 장강(长江)의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섬인 만큼 역시 산이나 언덕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1300년 전 모래톱에 지나지 않던 조그만 섬이 현재의 크기가 되기까지 충밍도는 특별히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장강 터널 건설로 교통이 편리해지고 싼샤댐(三峡) 건설로 인한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인구가 급증,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어디 멀리 여행가기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방콕으로 휴가를 보내자니 시간이 아깝고 해서 주말에 어디 갈만한데 없나 두리 번 거리고 있던 참에 그 동안 물리게 가 본 항저우(杭州), 쑤저우(苏州), 저우좡(周庄)과는 다른 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가까운 충밍도행을 결정, 1박 2일의 짧은 여행길에 올랐다. 가을 철새도래지와 갈대로 이름난 충밍다오는 여름에도 멋진 추억과 낭만을 선사할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김호희 기자
충밍도 가는 법
먼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바오양루역(宝杨路站)에서 하차하면 역과 바오양부두(宝杨码头)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탄다.
역에서 부두까지는 대략 10분~15분 거리로 가깝지만 주말이면 승객이 많아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여객선은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매 30분마다 한대씩 운항하지만 가능한 예약을 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운항시간은 약 1시간이다.
충밍다오에 도착해서는 차량을 대절해 이동할 것을 권하다. 섬의 크기가 작지 않은 만큼 모든 관광지를 택시를 타고 이동할 경우 경제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두나 번화가를 제외하면 택시도 잘 눈에 띄지 않아 낭패를 보기 쉽다.
배표 예약이나 차량 대절, 가이드 소개 등은 여행사 서비스를 받으면 편리하지만 전화로 예약할 경우 착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예약 후 반드시 다시 확인하기를 권한다.
둥핑 국가 삼림공원(东平国家森林公园) 중국 화동지역 최대의 인공삼림공원으로 면적이 5400묘(亩)이다. 국가 AAAA급 관광지답게 공원 내에는 10여 미터를 훌쩍 넘는 나무들로 빽빽하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도시의 소란스러움이나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서 나타난 모기들인지 떼로 몰려와 흡혈하는 바람에 다리에 온통 모기물린 자국뿐이니 이런 변고를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긴 바지를 입으시길……
삼림공원 안에는 비단 우거진 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락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바이킹을 비롯한 몇 가지 간단한 놀이기구가 있어 필자처럼 담 약한 사람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에 눈물까지 슬쩍 비쳐 나왔지만 고도의 스릴을 원하는 분이라면 다른 모험을 해 보시길…… 사실 이 놀이기구들은 너무 작아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탄다 해도 절대 울지 않을 그런 크기이다.
좀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면 이건 어떨지. 정확한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TV에서 보면 “애인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자, 애인 이름 부르면서 뛰어내리세요! 하나, 둘, 셋~” “영자야~” 하며 뛰어내리는, 군대에서 유격 훈련할 때 쓰는 그 기구가(놀이 기구 맞나?) 있다.
그날 내가 웅담이라도 먹었던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서 남자들도 못 뛰어내리는 그 높은 곳엘 올라갔을까? 그건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지금 안 해보면 어쩌면 평생 다시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저거 하고 죽었다는 소리 못 들어봤다, 뭐 그런 심리. 그러나 뛰어내리기 직전엔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도저히 못 뛰어내릴 것 같아 그만두려 할 찰나, 무턱대고 등을 떠미는 교관아저씨 덕에 그냥 그렇게 눈을 감고 떨어졌다. 그렇게 바람을 가르며 난 10초 정도의 긴~ 시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하늘을 날았다면 이젠 호수 사이의 작은 섬들을 누비는 배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 하자. 삼림공원 안 호수는 규모가 커 배를 타고 유람할 경우 약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호수 유람의 매력은 예쁜 연꽃과 가끔씩 날아드는 철새 구경이다. 과연 철새의 보금자리라는 명성답게 몇 종류의 새를 볼 수는 있었지만 아직 철새 도래 시기가 되지 않아 무리 지어 나는 아름다운 새들을 보기는 어렵다.
공원입구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산책을 싫어하거나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야영지도 마련되어 있어 텐트에서 하룻밤을 원하시는 여행객은 대여할 수 있고, 캠프파이어, 바비큐도 가능하다.
둥탄 철새 보호구 (东滩候鸟保护区)
충밍다오 동쪽 해안에 위치, 매년 겨울이면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대표적인 철새로는 학, 갈매기, 백로, 오리 등이 있지만 이 곳은 수심이 깊고 잡초가 우거져 철새들의 습성을 잘 모르는 일반인은 무리를 지어 나는 새들의 모습 한번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허탕을 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철새들의 비행을 보기 위해서는 해수의 조석과 기후, 철새에 관한 상식은 물론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얻은 경험 등이 필요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싶다.
충밍도가 철새들의 보금자리라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나 새 구경 신나게 해야겠다며 내심 기대했었는데 필자가 철새는 겨울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 바람에 실망감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그러나 올 겨울 이곳을 다시 찾을 때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달이 비치는 새벽, 황금빛 갈대 숲 사이로 비상하는 새들의 무리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도해 본다.
시사 습지 공원(西沙湿地公园) 이곳은 상하이에서 유일한 자연 조수에 의해 형성된 습지로 면적은 4500묘(亩)이다. 사실 필자는 묘, 헥타아르, 평방킬로미터 이런 너비를 측정하는 단위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므로 쉽게 표현하자면 정말 무지 넓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갈대 숲이 끝도 없이 이어져 한참을 걸었는데도 그 끝을 보지 못했다. 공원 내에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갈대 숲 사이에 목판을 깔아 길을 두 개 내어 놓았는데 길이가 각각 2km에 이른다.
습지 공원은 조용한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그런 곳이다. 목판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바람이 갈대를 스치고 지나는 소리를 듣고, 해질 무렵 저녁 하늘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럴 때 맑은 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면 금강산 신선도 부럽지 않지~~만 필자는 몰려드는 비구름에 붉은 석양 꼬리도 못 본 채 성질만 내고 왔다.
그러나 필자의 성질을 삭이고도 남을 만한 재미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털게 잡기. 습지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게들이 서식하고 있다. 크기는 보통 2~3cm, 큰 놈은 최대 5cm가량으로 사실 음식으로써의 가치는 없지만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 게들로 탕을 끓여 먹기도 했다고 한다.
뭐 살은 별로 없어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필자 일행은 게 사냥에 착수, 그러나 작다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게라도 집게발이 있어서 물리면 아프니 손으로 잡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도구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심조심 손으로도 잡아보고, 신고 있던 슬리퍼 벗어 때려도 보고도 했으나 결과는 참담, 결국 같이 갔던 중학생 꼬맹이가 개발한 방법이 대성공, 갈대 끝에 게가 잡을 만한 줄을 매달아 낚는 방법으로 봉지 가득 게를 잡았다. 필
자처럼 육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게 게잡기는 유쾌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습지 게 구경 한번 못해본 사람이 어디 필자 하나뿐이랴~ 주말을 이용해 자녀들과 함께 탕국용 게잡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지만 맛은 보장 못한다.
쳰웨이춘 민속촌(前卫村农家乐) 충밍다오 북부에 위치한 일종의 민속촌 같은 곳이나 규모가 크지는 않다. 입구를 들어서면 중국식 물레방아를 볼 수 있는데 참관객은 직접 물레방아에 올라 굴려볼 수도 있다. 이어,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중국 전통 서민 가옥들이 보인다. 초가집이라 불러도 좋을 소박한 집안 내부에는 그 옛날 곡식을 갈던 낡은 맷돌, 아낙들이 모여 옆 집 남자 흉봐가며 한 올 한 올 직물을 엮어 내던 베틀, 장화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 폭우로 진흙탕이 된 길을 건너려 고안해낸 괴상한 장대(? 이름을 모르겠다) 등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나 써 봤음직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민속촌을 끝에는 쬐그만 동물원도 마련되어 있지만 눈길을 끄는 동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호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의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아기 원숭이들이 세상물정을 몰라서 인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전혀 겁내지 않고, 손을 내밀어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 먹는다. 아기 원숭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잠시 크게 웃을 수 있다.
충밍다오의 3대 특산
충밍다오는 라오바이주 (老白酒), 백염소(白山羊), 털게(老毛蟹) 등이 유명하다.
라오바이주는 찹쌀을 원료로 만든 우유빛이 나는 술로 예전에는 백주(白酒), 미주(米酒), 수주(水酒)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으며 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밍 전통주이다. 1993년에 상하시 정부에 의해 ‘상하이시 명주(名牌产品)’로 지정되었다.
백염소는 충밍다오만의 특유 토질에서 자란 흰털 염소로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한 최고급 상품이다. 특히 겨울에 추위를 막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장수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또한 백염소의 털은 가늘고 탄성이 있어 붓을 만드는 재료도 쓰이기도 한다.
충밍 털게(老毛蟹)는 바이양뎬(白洋淀), 양청후(阳澄湖) 다음으로 유명해 중국 3대 털게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충밍도 털게는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으며 육질이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한데 먹기 전 반드시 폐, 위, 장 등의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