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상황에 몰린 많은 기업들>
연초에 야반도주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신문들에서 대서특필하기 시작하자 한국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을 수립하느라 지원데스크를 만들고 부산을 떨었던 적이 있다. 말의 성찬이 벌어졌고 갖은 대책이 쏟아졌는데,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책은, 중국에서 야반도주해서 한국으로 도망 온 사람을 한국에서도 처벌한다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매출액의 2~3%를 벌기 위해 중국에서 가공 공장을 운영하던 경영자들에게 증치세 퇴세율의 조정[17%→14%→11%→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 은 결정타였던 것 같다. 여기에다가, 올해부터 실시된 노동계약법, 노동쟁의조정법 등은 노동자의 권리의식을 고취시키고 기업의 관리부담을 강화시킨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도 많은 업체들이 이런 한계상황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 갈수록 힘들어져>
그렇다면,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단순 가공을 하던 많은 한국기업들은 공장을 옮기던지 폐쇄를 해야 하는 상황에 계속 내몰리게 될 것이다. 노동관계법의 강력한 시행 및 공회 설립 등의 행정지도로 인하여 관리비용은 상당한 정도로 상승되고, 인민폐는 자꾸만 절상되어 수출을 해도 남는 것이 없게 되며, 중국 물가도 자꾸만 올라, 예전같이 재미를 보기는 쉽지 않게 될 것이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솔직한 얘기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리라.
여러 가지 여건 상 중국에서 공장을 차려 수출을 하기는 어려우니 앞으로는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난무하지만, 말이 쉽지 중국에서 유명한 백화점에 점포 한 번 내려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 쉽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준비 없이 섣불리 내수시장을 뚫어 보겠다고 하다가는 모 기업의 경우처럼 돈만 수십억 날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포기할 것인가?>
내가 아는 분 들 중에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공장을 매각하신 분들이 꽤 된다. 대기업들도 돈을 억수로 많이 벌었다는 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모두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중국시장을 포기할 것인가?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이런 역 질문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포기할 것인가? 우리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10년, 30년 뒤의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결국엔 우리 회사에 중국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회사에 우리 아이들이 취직을 하려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살아남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1세가 언니 블러디 매리에 의하여 런던탑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끊임없이 되새겼다고 한다.
“살아 남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엘리자베스 1세는 살아 남았고, 유럽 변방의 별 볼일 없는 섬나라의 영국을 해가 지는 않는 대영제국으로 만드는 주춧돌을 쌓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General Motors의 ‘General’의 의미는 ‘당시 100여 개 넘는 자동차 회사들을 통합한’의 뜻이라고 한다. 미국에도 100여 개가 넘는 자동차 업체가 난립을 하다가 결국 3개사로 정리가 되어 현재와 같이 미국 시장을 독과점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중국에 완성차 업체만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10개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 입장인 것 같다. 결국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살아 남지 못하는 많은 업체는 도산하게 될 것이고,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큰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구조조정이 되는 과정에서는 모두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살아 남으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심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어제도 회사 내외의 사정으로 매우 힘들어 하는 후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저런 충고를 해 주었지만 정작 중요한 마지막 말은 해 주지 못한 것 같다.
“힘내라. 너만 힘든 건 아니거든. 결국 살아 남으면 승리하게 된다. 살아 남아라!!”
◎ 법무법인 대륙 최원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