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여섯시에 눈을 떠 밖으로 나가 빠오즈와 호떡과 같은 아침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평범한 50대 가장 L씨. 집으로 돌아온 그는 이미 퇴사해 직장이 따로 없는 부인을 깨워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요리를 즐기는 것은 물론 집안에서 전적으로 요리를 담당하는 아버지를 둔 탓(?)에 요리에는 젬병인 그의 아들 L군은 여자친구에게 요리 못하는 자신이 못내 미안하기만 하다.
그대신 같이 사는 여자친구를 위해 설겆이며 집안 청소를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업무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그의 스케줄은 일번타자로 여자친구에게 보고된다. 반드시 여자친구의 동의가 필요하며, 집으로 돌아올 때는 여자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데 대해 미안함을 표정에 가득 실은 채, 한 손에는 멀리서부터 공수해와 집에 도달할 즈음이면 이미 줄줄 흘러내릴 지경인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사사건건 지나치리만큼 논리를 따지고 들어 가끔 동료를 피곤하게 만드는 X군. 어쩌다 한 번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그의 휴대폰은 딱 세번 울린다. 첫번째 전화는 이미 보고된 회식의 진전 상황을 묻는 와이프의 전화, 두번째는 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재촉 전화, 그리고 세번째 전화가 울리면 10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 그는 번호만 확인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차량 대여업을 하며 간간히 회사 차량을 운전해주는 50대 후반 S씨, 그는 한국인인 나를 무척 귀여워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상하이 남자를 만나볼 것을 권하며, 한 마디 덧붙인다. 그냥 상하이 남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반드시 집안일을 할 줄 아는 상하이 남자를 만나라고. 이들 남자들의 공통점은? 그렇다, 바로 '상하이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상하이 남자가 어떻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상하이 현지에 있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중국인이 절대다수인 업무 환경으로 인해 각지의 중국 남성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결과 보수적 성향이 강한 남성에 질린-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많이 다르다고들 하지만-여성들에게 있어 상하이 남자는 그야말로 `명품 글로벌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별 남자 없다고, 같이 살아보면 다 똑같은 남자라고? 같이 살아보아도 '별 남자'가 맞다는 것이 상하이 남자와 결혼했거나 교제중인 한국 여성의 변이다. 물론 경상도 남자들 가운데도 서울이나 전라도 사람 같은 남자가 왜 없겠는가, 상하이 남자가 몽땅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만으로 사랑이 지켜질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둥, 사람하나는 진국이라는 둥 그런 항변은 이제 그만하자. 상하이 남자라고 진국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지닌 평등 의식,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남성보다 연약한 여성을 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가치관을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소파 붙박이를 자처하는 한국 남성분들, 상하이 남자는 팔불출이라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있는 미스터 한국 남성이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