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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칼럼>새롭게 중국을 인식할 필요성-- 혐한류의 대책-

[2008-02-06, 10:12:59] 상하이저널
obsoledge

엘빈 토플러는 최근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obsoledge라는 신개념을 만들어 냈다. 미래의 쇼크,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의 저서에서 prosumer(생산자를 의미하는 productor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를 합친 말이다)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데 이어 정보화시대에 너무나도 중요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쓸모가 없어진, 쇠퇴해 가고 있는, 쓰이지 않게 된 등의 의미를 가지는 obsolete와 지식, 학식, 앎, 이해를 의미하는 knowledge를 합쳐서, obsoledge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위 개념의 주요 사용처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 유용했던 지식, 경험, 앎이 시간이 흐르면서 쓸모가 없어져 새로운 상황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무용물이 되어 단지 쓸모가 없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전을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최근 서울대 논술 고사에도 나온 위 개념은 앞으로 정보화시대에 몰라서는 안될 중요한 contemporary knowlege이므로, 아직 책을 읽어 보지 못한 중, 고등학생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기업, 정부, 학교, 법률 등이 몇 마일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지를 지적하는 부분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인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중국

위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돌아봄은 물론 중국을 다시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문제는 없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볼 때마다 차이가 많이 나서 중국을 `차이나'라고 부른다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중국의 변화 속도는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기만 하다.
상하이 생활이 어느덧 6년째에 접어든다. 내가 처음 상해에 온 2002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오죽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천지개벽이라는 말을 다 했을까?
그런데, 위 개념을 접하면서, 과연 내가 상하이에 6년을 살았다고 해서 1년 전에 상하이에 온 사람보다 상하이를 많이 안다 또는 잘 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알고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바뀐 상황에 맞춰 update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혹시나 내가 머리 속에 정리해 놓은 법률지식들이 규정은 그대로 있지만 실무에서는 이미 폐기된 내용은 아닌가? 나는 새롭게 변화하는 규정과 실무를 놓치지 않고 익혀 왔는가? 나의 인식 깊은 곳에 자리한 중국에 대한 인상은 혹시나 2002년에서 멈춰버린 것은 아닌가? 그로 인해서 혹시나 내가 중국에 대해 갖는 편견은 없나? 내가 그 동안 기업들을 상대로 숱하게 했던 강의들의 내용은 현재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용한가? 등등의 의문이 들었다.
과거 컴퓨터 운영 시스템으로 DOS를 아무리 잘 쓰던 사람들도 나중에 WINDOWS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서, WINDOWS를 더 잘 사용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처럼(왜냐하면 WINDOWS세상이 되면서 DOS에 대한 지식은 이미 OBSOLEDGE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에 일찍 와서 중국을 조금 더 일찍 접해 봤다고 해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국에서 `중국의 현재 모습'을 더 정확하게 안다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을'이 되어 본 적이 없는 太太와 아이들

최근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중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인으로 한국인이 뽑혔다고 한다. 물론 접촉이 많으면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예를 들어, 중국사람들이 아프리카 수단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은 것은 그들과 접해 볼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가장 많이 접하는 한국 사람들과는 애증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나라를 침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한 때 원수로 지냈던 일본인들보다도 한국인들을 더 싫어한다는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오죽해 혐한류라는 개념까지 생겨났을까?
상하이에 발령받아 남편을 따라 온 대부분의 아내들과 아이들이 접하는 중국사람은 아이(housemaid), 운전기사, 중국어 푸다오(辅导) 선생님, 한국식당의 종업원, 가게의 종업원 등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갑' `을'간의 관계에서, `갑'은 神보다도 높은 존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갑'은 `을'이 올려다 보아야만 하는 존재인데, 안타깝게도 위 아내들과 아이들은 거의 한번도 중국에서는 `을'이 되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주재원 남자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즉, 중국인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니 중국사람들을 내려다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 되어 버렸고 어려서부터 체득된 attitude는 성장하면서 더 고착내지는 확대 발전되어 종종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새롭게 중국을 인식하는 캠페인이라도 펼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그들의 가슴속에 있는 중국은 내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중국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인식 전환의 필요성

중국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주재원들과 중국투자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 둔감해도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혐한류라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나부터 내 가족부터 우리 회사 직원부터, 중국의 현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러한 변화들이 세계사적으로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을 `갑'으로 모시고 살아야만 하는 세월이 현재 눈 앞에 오고 있음을 교육하고 설득하고 전파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는 중국에 대한 생각 obsoledge를 버리고 중국을 새롭게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듣는 앞에서 중국사람을 비하하거나 욕을 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좋은 점, 중국 사람의 장점, 중국 사람과의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하자. 좋은 중국인 친구가 있으면 소개를 하거나 그 친구의 좋은 점을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자. 자신의 아이가 중국 로컬 아이들과 친구가 되게 하자. 처음부터 힘들다면 흉내라도 내보자. 그래야만 20년, 30년 뒤에도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희망이 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중국 선생님이 못 들을 거라는 생각에 한국말로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절망뿐이다. 타인을 존중해 줄 때만이 자신이 존중 받을 수 있다는 황금률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한다.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인을 존중하고, 중국인과 친구가 되자!
▷최원탁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상하이 사무소)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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