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 살면서도 생활의 형태는 한국 그대로라 동네에서 눈인사 정도로 지나치는 중국인들 빼고는 아무런 교류도 없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게 살아왔다. 이국 땅임을 실감케 하는 것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쓴다는 것, 거리를 나가면 중국말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
활발하고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야 중국인은 물론 다른 외국인들과도 교류 하며 국제도시 상하이의 면모를 익히 느끼겠지만 다른 활동 없이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나로서는 외국은 외국이되 한국과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외국 생활인지라 수없이 난무하는 외국 생활의 어려움과 노하우엔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한다.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사업 할 때 한국보다 더 조심하고 노력하고 사람 사귐에 있어서도 각별히 조심하라는 말과 아무래도 남의 땅이니만큼 중국인에 대한 경계도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중국어까지 잘 못해서 중국인과의 교류가 마냥 어렵고 힘들었는데 며칠 전 중국인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꾸는 일이 생겼다.
택시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중국인이 주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돌려 준 것이다. 일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구베이로 친구를 만나러 가다 그만 택시 안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떨어뜨렸나 보다.
친구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 후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이 전화를 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는지 묻는 것이다. 그제서야 서둘러 찾아보니 핸드폰이 없다. 알고 보니 핸드폰을 주운 사람이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핸드폰을 주었는데, 돌려주기 위해 본의 아니게 번호검색을 했고, 남편으로 표시 된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그 동안 숱하게 들은 방법대로 사례비를 물었지만, 핸드폰을 주운 사람이 사례비 소리에 펄쩍 뛰는 바람에 그냥 감사의 작은 선물-초코렛-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받기를 거절, 겨우 던지다시피 초코렛을 전해주고 핸드폰을 받아왔다.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은 것도 참 기쁜 일이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내가 그 동안 가졌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었던 중국인들이 더 많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커다란 장벽을 치고 살았던 생활이 반성이 된다. 되돌아온 핸드폰을 나의 중국생활의 지표로 삼아야겠다.
▷강미연(river-b@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