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가창대회 등 각종 TV 경연대회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 경연대회에 출연하는 일반인의 두발, 복장, 장신구 등은 저급한 유행을 따르지 말고 미학적인 관념에 맞아야 한다."
중국 국가라디오.영화.TV총국(광전총국)은 작년부터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각종 TV 경연대회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종전의 연령제한을 16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올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관련 부문에 시달했다고 중국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광전총국이 시달안 '전국 경연대회 프로그램 참여.주최.방송에 대한 관리 강화방안 통지'는 참가자 연령제한과 함께 경연대회 프로그램 사회자와 심사위원들이 따라야할 '도덕적' 규범들도 포함하고 있다.
경연대회 프로그램의 사회자들은 다른 오락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과장되고 황당한 말이나 행동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경연대회 도중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능숙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 경연대회 프로그램 사회자들의 복장과 두발 뿐 아니라 사용하는 말투와 전체적인 '품격'은 대중의 습관과 미적 정서에 맞아야 하며 심사위원은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입각해 채점, 건전하고 공평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 등이다.
중국이 TV 경연대회 프로그램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지난해 후난(湖南)위성TV에서 방송된 '차오지뉘성(超級女聲.슈퍼 보이스 걸)'이라는, 일종의 아마추어 대상 가수선발대회가 끼친 영향 때문.
이 가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리위춘(李宇春)이 중국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면서 다른 방송국들도 아류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수많은 10대 소녀들이 오디션을 받기 위해 고향과 가족을 떠나 대도시로 몰려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리위춘은 지난해 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이 선정한 '2005 아시아의 영웅'에 뽑혔으며, 중국 우표모델과 코카콜라 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영 CCTV도 현재 차오지뉘성과 유사한 '멍샹중궈(夢想中國)'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이번에 발표된 통지의 나이제한 조항은 제2의 리위춘을 꿈꾸는 미성년자들의 물질만능주의를 배척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인터넷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불에 타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에 타고, 불에 타지 않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에 타지 않는다"며 규제를 통해 미성년자들의 사고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차오지뉘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후난위성TV는 새 규정에 따라 "나이 제한을 고려해 대학생 대상 경연대회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