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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저널 창간 8주년 기념 <독자체험수기 공모> 당선작-<자녀교육 유학체험기> 책가방 같이 들어줄까

[2007-10-13, 05:06:09] 상하이저널
새벽 여섯시, 어김없이 파란색의 자명종이 울린다. 나는 자명종 시계가 더 이상 울지 못하도록 스위치를 누른 후 싸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아 닭살이 느껴지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어제 먹었던 된장 뚝배기에 불을 붙인다. 추위 때문에 뿌연 해진 부엌창문 너머로 작은 장난감 같은 가로등 길이 희미하게 내려다보인다. 야채가 담겨 배가 불룩해진 붉은색의 비닐봉지를 자전거에 달고 바쁘게 집으로 향하는 중국인 남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분주히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따뜻한 된장 뚝배기가 `보글보글' 노래를 부르며 식탁에 올라가면 나는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 큰아이를 깨우지만 아이는 아직 잠에서 덜 깨인 얼굴로 말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와 양치질이 시작 되는지 물소리가 들린다. 중국의 초등학교는 난방이 안 되기 때문에 학교에 입고 갈 아이의 옷을 되도록 따뜻한 옷으로 챙기며 학교에 늦지 않도록 시계를 쳐다보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중국의 아침 수업시간은 빨라서 초중고등학교가 7시면 수업을 시작하며 유치원 역시 8시면 수업을 시작한다.

우리가족이 중국에 왔을 때에는 큰아이가 8살 이었지만 중국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치원에 다녀야만 했다. 처음 아이의 학교 문제 때문에 우리부부와 통역사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긴 상담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받아 줄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에 화가 나면서도 착잡한 마음에 2시간 동안 학교 입학을 허가해 달라는 나의 외침에 선생님의 말씀 중 진심어린 충고가 내 가슴에 와 닿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학교는 학생과 선생님의 교감이 제일 중요하다'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아이한테는 차라리 학교 보다는 병설 유치원을 권해 주셨다. 학교 보다는 유치원에서 놀면서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이에게 좋을 것 같고, 내년에 유치원을 마치고 다시 우리 학교에 온다면 그때는 입학을 허락해 주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권유와 함께 우리나라 교육과 다른 중국교육의 특성을 교장 선생님은 차분히 설명해 주셨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게 한 학기가 끝나면 시험을 쳐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같은 학년을 다시 공부 해야만 하는 낙제 제도가 있다. 때문에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큰아이 같은 경우는 엄마의 고집으로 억지로 학교에 다니게 하여도 한국과는 다른 공산주의식 수업과 많은 숙제에 힘들어 해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학교 입학을 반대 하는 나이 많은 중국 교장 선생님의 이 같은 조언을 받아 들이기까지 2시간의 상담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학교에 들여 보내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내 자신이 초라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못해주는 엄마의 무능력함에 아이한테 죄를 짓는 것만 같아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그 후 며칠 동안 남편과 깊은 상의 끝에 학교의 병설 유치원에 보내기로 합의하고 아이를 데리고 통역사와 함께 유치원에 갔는데 첫인상은 우리 한국의 유치원과 많이 달랐다.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유치원의 대문을 항상 열쇠로 잠가 놓아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듯 보였고 만약 유치원에 볼일이 있을 때에는 전화 연락을 한 후 유치원에 방문 하였다. 유치원 교실은 신발을 신고 다니며 군대식으로 자는 낮잠 과 아직 중국음식의 향신료가 입에 맞지 않는 큰아이 에게 점심 도시락조차 안 된다는 유치원의 규칙을 듣고 난감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내년에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한국과 비교해서는 안 되며 엄마인 내가 먼저 중국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입학 결정 후 아침 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보내야만 했다.
유치원을 가려고 아침 일찍 택시를 타면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큰아이와 나는 통역사가 유치원 이름을 써준 하얀 쪽지를 택시 운전기사에게 보여 주면 운전기사는 유치원 까지 가는 차 안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이야기 하는 동안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큰아이와 나는 멍하니 창문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은 꼭 아무도 없는 바다 속에 혼자 떨어져 홀로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면 돌도 안 된 작은 아이가 날 위로 해 주었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은 매번 떠나질 않았다.


유치원에 다닌 지 딱 5일이 되는 날 아침 갑자기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생떼를 부리기에 아이를 크게 다그치며 `엄마는 중국어를 못 하더라도 너는 잘해야 한다'는 나의 욕심에 억지로 아이를 유치원에 밀어 넣고 집에 돌아온 후 조금 있으니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으니 통역사였다. "큰아이가 배가 많이 아파서 수업을 할 수 없으니 집으로 데려가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며 급히 유치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은 후 무거운 마음으로 도착해서 만난 큰아이의 눈에는 하얀 유리구슬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고 무척이나 아파 보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역시 배가 아프다며 울던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오자 참았던 구토를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모두 내뱉은 후 화장실에서 나온 아이에게 말없이 약을 먹이자 혼자 침대에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난 미안함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잘 사용하던 말이 통하지도 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엄마와 떨어져 혼자 밖에 없다는 외로움은 어른인 나도 견디기 힘든 일인데 이제 8살밖에 안된 아이에게는 그런 유치원이 분명 가기 싫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무조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나의 욕심에 아이가 다친 것 같아서 중국에 온지 딱 5일만 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에 가서 외국어도 배우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서 아이의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지냈던 내 자신이 무척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아이가 아픈 그날 저녁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남편과 크게 싸웠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며 짜증을 내는 나와 회사 일에 지쳐 가정의 따뜻함을 원하는 남편은 각자가 더 힘든 상태라며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힘든 상황만을 이야기 하다 보니 꼭 벽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 것만 같아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늦게 잠이 들어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 할 때 ‘부시럭 부시럭' 소리가 들려도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아차, 회사와 유치원'이란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옆을 보니 옆에 자고 있어야 할 큰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부랴부랴 거실로 나가자 큰아이는 유치원 갈 준비를 하며 "엄마 나 유치원 가야 해''라며 양말을 신고 있었다. 난 무엇인가를 잊어버린 것처럼 멍해지는 느낌이 들며 아직 모든 것을 시작도 해보지도 않고 포기 하는 내가 그제 서야 얼마나 나약하게 살아왔음을 느끼며 너무 작아만 보였다. 늦었지만 남편은 급히 회사로 향하고 아이와 나는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그 동안 정리 못했던 짐들을 정리하며 동네 서점에서 사온 중국어 책을 꺼내 멍하니 바라본 후 남편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 남편은 "미안해 그 동안 회사일 때문에 바빠서 당신을 신경 못썼어, 다음 주부터는 민성이와 당신에게 중국어 선생님을 소개 시켜 줄게 힘들어도 여기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모든 것이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나에게 남편은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엄마는 네가 중국어를 잘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과정을 잘 이겨내고 학교에 입학 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사랑해 민성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도 커가고 내가 어느 정도 중국생활이 익숙해지기까지 1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큰아이는 엄마인 내가 못 알아듣는 중국어를 한 마디씩 나에게 자랑하듯 말을 하며 유치원 선생님과는 돈독한 우정을 쌓아 1년을 보냈다. 다시 중국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중국 교장선생님의 면담에서 간단한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 그제서야 희망의 씨앗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학교를 들어 갈수 있다는 행복함이 좋았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큰아이 민성이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민성아, 조금 더 크게 되어서 뒤 돌아 볼 시간이 되었을 때 학교 입학을 위한 중국어 배움의 과정은 너에게 힘들었던 시간이었겠지만, 이런 과정은 네가 한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 값진 결실이야. 엄마는 네가 중국어를 잘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과정을 잘 이겨내고 학교에 입학을 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학교생활 중 민성이가 생각지 못했던 일에 부딪쳐 힘이 들면 뒤를 한번 돌아봐. 거기에는 민성이의 어깨 위에 메인 무거운 책가방을 덜어 주고픈 엄마가 항상 서 있음을 잊지 마. 사랑해 민성아.
▷김미나(无锡市新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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