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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텔레비전 좀 보여 주세요!"

[2007-08-07, 00:08:09] 상하이저널
갑자기 한국 위성이 끊어졌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러나 했다가 생각해보니 사용 기간이 다 되어간다. 아직 기한이 남았는데 왜 벌써 끊기나? 회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한이 다 되어서 끊었다고 한다.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끊냐고 했더니 `'이사를 갔거나 전화번호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미리 끊어야 사용자 측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아니, 무슨 이런 웃긴 중국식 짜장이 다 있나?

몇 년 전 싱가폴에 가 보니 그곳 사람들은 한국 위성이 없이 그냥 DVD로 텔레비전을 대신하고 있었다. 가까운 홍콩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가면 내가 외국에서 사는 사람이 분명한 지 `'삼순이'가 유행이라는 둥, `'파리의 연인'이 너무 재미있다는 둥, 이미 다 알고 있는 한국 뉴스며 드라마를 친절하게도 설명해 준다. "다 안다."고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우리는 위성 덕에 더 많은 한국채널을 보고 살고 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위성이 끊기고 보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한 신문사에서 대대적으로 `'거실을 서재로 만듭시다!' 라는 캠페인으로 거실에서 텔레비전 없애기 운동을 벌인다고 하고, 어떤 대기업에서는 그렇게 서재로 꾸미는 직원 가정에 무상으로 책을 기증해 준다고도 하고, 한국에 사는 내 친구 집에도 벌써 텔레비전 없앤 지 오래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긴, 우리 주변에도 아이들 공부하는데 지장 있다고 일부러 위성을 달지 않고 사는 집도 있다.

외국에 살면서 너무 한국 것에 연연해하는 것도 그렇고, 이번 기회에 한국 위성 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우리 아들은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는 가요 프로를 보거나 역사 드라마를 보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싫어하는 오락 프로가 있다. 하도 깔깔거리기에 뭐가 그리 재미있나 싶어 보았더니 30중반은 넘었을 연예인들 대여섯 명이 먹을 거 뺏으러 잡으러 다니다가 넘어져 난장판 되고, 박으로 머리 때리고 맞고, 목욕탕에서 때밀면서 한 사람 집중 공격해서 괴롭히고….

나도 방송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터라 그런 유치한 프로를 만드는 PD가 누군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건 나의 개인 성향임을 인정한다. 다음 날 인터넷에는 그 프로가 오락 프로 1위에 올라 있기도 하고, 공부 많이 하시고 점잖으신 이웃 아저씨도 이 프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가 본방송 보고, 재방송 보고, 사정 있어 못 본 것은 시간 확인하며 위성채널로 챙겨보고 하는 것에는 속이 터졌다. 위성이 없으니 좋은 점도 있다. Tv를 보며 밥을 먹을 때는 대화가 잘 안되는데 저녁 시간에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이제 그만 네 방에 들어가야지!"하는 껄그러운 말을 안 해도 거실이거나 방이거나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숙제를 하고, 심심하니 할 수 없이 만화책이라도 잡고 있다.

아들의 시간이 훨씬 여유 있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꼭 보고 싶은 프로가 있으면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가까운 이웃집에 가서 봐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오늘은 토요일. 아들은 친한 집에 전화를 건다.

"아줌마, 저 텔레비전 좀 보러 가도 될까요?" 나는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 말을 들으며 피식 웃음이 난다. 30년 전, TV가 있었던 우리 집에는 저녁이면 마징가 Z나 김일의 레슬링을 보기 위해 동네 친구들이 와서는 엄마에게 했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줌마, 텔레비 좀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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