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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만난 중국문화-茶艺

[2007-08-07, 00:02:08] 상하이저널
상하이의 날씨가 73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며칠째 살인적인 더위를 보여주고 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너도나도 거리에서 시원한 음료를 찾는다. 시원해지고 입을 즐겁게 해줘 순간은 좋으나, 너무 과하게 먹다간 탈이나 화장실로 직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뜨거운 것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생각으론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끔찍한 일이 여기 중국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예로부터 차가운 음료를 꺼렸던 중국인들은 아직까지도 더운 날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신다.‘이열치열이지 뭐’라고 가볍게 말하기에는 우리가 실천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이는 우리가 이미 차가운 음료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보다도 차를 더 자주 마시는 중국인의 습관은 단순히 깨끗한 물을 얻기 힘들었던 과거에 연유한 것만이 아닌, 현재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중국의 고유 문화이다.


중국인이 말하는 중국 차

상하이에서 20년 이상 차 문화 연구에 앞장서온 乔木生씨를 만났다. 편안히 앉아 어김없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는 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매일 차를 물처럼 접하다 문득 이 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차의 무궁무진한 세계와 신체에 대한 그 유익함에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된 그는 차를 전문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지금은 교수가 되어 중국차 예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차의 고수가 마시는 차는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마시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녹차라고 한다. 녹차에도 종류가 많아서인지 잎이 비교적 큰 보기 드문 찻잎이다.

더운 여름에는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녹차가 제일이라며 다시금 목을 축인 그는, 봄에는 花차를, 가을에는 우롱차, 겨울에는 홍차를 마신다고 한다. 자신은 이제껏 특별히 아프지도 않았고, 아파도 약보다는 차를 우려 마신다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해 했더니 요즘 과학적으로도 많이 증명되고 있다며, 다시금 차에 대한 열변을 토한다. 물론 좋은 점뿐만이 아닌 흥분작용이나 이뇨작용, 카페인 함유 등 기피해야 할 요소들도 있지만, 세균발생억제와 동맥경화나 암에도 도움을 주며, 특히 지방감소효과는 이미 많은 여성들이 익히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차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일상생활에서도 올바른 차 예술이 전파되는 것이 바램이라는 그는 죽는 그 날까지도 자신은 아마 차를 마시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고 마시자

춘추시대 이전, 찻잎을 약용으로만 쓰던 것을, 몸에 좋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먹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황제에서부터 일반 농민까지 차를 마심에 그 종류와 품질은 달랐지만 중국인이란 이름으로 같은 차 문화를 즐겼다. 중국인이라면 마땅한 것이 되어버려 중국인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으면서 그에 따라 차를 마시는 법도 만드는 법도 각양각색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밑으로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만든 차 선반에 차기들을 가지런히 놓고, 작은 잔에 가득 따라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차의 분류로는 기본적으로 绿茶, 红茶, 青茶, 黄茶, 白茶, 黑茶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준을 크게 잡고 봐서일 뿐, 그 밑으로는 더 각양각색이며 덧붙여 花차나 보건차등 여러 가지 독특한 종류의 차들이 있다. 광동지방, 사천지방, 운난지방 등 각 지방의 유명차와 그 마시는 방법도 다양해 중국인들 사이에서는‘茶叶喝到老,茶名记不了’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이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 차의 발전은 맛에 대한 연구와 제조에 과학기술까지 더해져 차의 품질이나 문화가 현대화되고 있다.


중국의 방식으로

이제는 전 세계인들의 각광을 받으면서 점차 세계적인 음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차 문화.

상하이에도 차도를 가르치는 곳은 꽤 많다. 天山路와 中山西路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직업훈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上海市茶业职业培训中心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곳에서는 이른 아침에도 중국의 차도를 배우고자 모여든 여러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30대 이상의 가정 주부이거나 차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자 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분들도 여럿 취미생활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차 문화를 가르치는 곳답게 전통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정결한 선반에 각각의 차기를 이용한 수업이 차분히 진행되고 있고,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이도 매우 진지하다.

수업에서는 우리가 일명 주전자라 부르는 차기를 높이 들어 그 물의 떨어짐을 감상하면서 차를 따르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차 선반을 옆으로 다소곳하게 드는 것도 매우 독특하다. 마치 예전 우리 선조들이 물동이를 옆구리에 끼고 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중국 차 예술의 전문가가 되려면 일련의 과정을 통과한 후 시험을 거쳐야 한다. 각 학교나 직업훈련학교에서는 초급•중급 차예술사와 찻잎심평사 과정을 진행한다. 수업의 내용은 찻잎의 기초와 차문화기초지식, 찻잎선택 및 보관 등을 다루며, 찻잎심평사는 그와 관련된 기초지식을 덧붙여 배우게 된다. 45일짜리 과정과 3개월짜리 과정으로 나눠 매일 수업을 하고 비용은 1300元 정도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국가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보게 되는 데, 합격 후 국가공증자격증서를 받을 수 있다. 그 후에 차와 관련된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만이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자신의 생활 속에서 제대로 된 차 문화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밖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차기를 놓고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본다. 마작을 할 때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도 항상 차를 마시는 중국인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라고 즐기지 못하랴. 중국의 차도를 따라 그 전통에 빠져본다면, 뜨거운 이 계절을 우아하면서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박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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