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물 위로 퍼져 나가는 것은 ‘파문(波紋)’인가 ‘파장(波長)’인가?

[2016-09-01, 16:55:31]
[우리말 이야기 33]
물 위로 퍼져 나가는 것은 ‘파문(波紋)’인가 ‘파장(波長)’인가?

요즈음 신문이나 인터넷에 오르는 글을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뜻이 다른 단어를 잘못 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한자를 거의 쓰지 않게 되면서 정확한 뜻을 확인하기보다는 대충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생각에 적당히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한자를 쓰지 않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본래 지니고 있는 말뜻까지 헷갈려서는 곤란합니다.  

1. 곤욕과 곤혹 
꽤 많은 사람들이 ‘곤혹’과 ‘곤욕’을 혼동해서 씁니다. 다음 보기들은 각각 무엇을 써야 옳은지 생각해 봅시다. 

① 클린턴 후보는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문제로 계속 (곤혹/곤욕)을 치르고 있다.
②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허리 통증으로 (곤혹/곤욕)을 겪는 경우가 많다.
③ 오늘 오전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가한 한진해운 관계자들이 (곤혹/곤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곤욕(困辱)’은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곤혹(困惑)’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당황스러움’을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①곤욕/②곤욕/③곤혹’입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겪다’, ‘치르다’, ‘당하다’ 앞에서는 곤욕, ‘~스럽다’에 붙여 쓸 때는 ‘곤혹’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 대담과 대범
‘대담’을 쓸 자리에 ‘대범’을 쓰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① ‘대범’한 컬러와 현란한 패턴
② 상가 유리문 깨고 28차례 절도…‘대범’한 도둑 
③ 성적조작 공시생, 1차 시험엔 시험지 훔쳐…교직원 사칭까지 ‘대범’

①~③은 최근 여러 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에서 찾아낸 예(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몇 개씩 찾아낼 수 있습니다)인데, 모두 ‘대담’으로 바꿔 써야 합니다. ‘대범(大汎/大泛)’은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너그러움’을, ‘대담(大膽)’은 ‘담력이 크고 용감함’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둑에게 ‘너그럽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언제부터인가 범죄자들의 대범함을 강조하는 보도를 자주 접하면서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3. 파문과 파장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어보겠습니다. 요즈음 대부분 신문과 방송에서 ‘파문(波紋)’을 쓸 자리에 ‘파장(波長)’을 쓰고 있습니다. 오히려 바르게 쓰는 경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이젠 심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도 ‘파장’을 ‘충격적인 일이 끼치는 영향 또는 그 영향이 미치는 정도나 동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서 파문 대신 쓰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을 뜻하는 말은 ‘파문’이지 ‘파장’일 수 없습니다. 

① 신문 기사의 파장은 매우 컸다.
② 이번 사건은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③ 그의 발언은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①~③은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예로 든 것인데, 셋 다 ‘파문’이라고 쓰는 것이 옳습니다. 

원래 ‘파문’이란 고요한 물에 돌을 던졌을 때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것, 즉, ‘물무늬’를 뜻하고, ‘파장’이란 그 동심원을 이루는 물결의 골과 골 사이의 간격을 뜻합니다. 따라서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은 파문일 뿐 파장이 길고 짧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일파만파로 점점 퍼져나가는 것을 말할 때는 ‘파장’이 아니라 ‘파문’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당장 내일도 수많은 신문 방송들에서 계속 ‘파문’을 외면하고 ‘파장’을 쓸 것이 확실하기에 씁쓸합니다. 

다시 생각해 봅시다. 물에 돌을 던졌을 때 퍼져 나가는 것은 파문인가요, 파장인가요?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4.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5.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6.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7.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8. 中, 한국 무비자 체류 기간 15일..
  9.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10.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경제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3.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4.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5. 中, 한국 무비자 체류 기간 15일..
  6.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7. 中 세계 최초 폴더블폰 개발사 로우위..
  8. 푸동공항, T3터미널 핵심 공사 시작
  9. 中 연간 택배 물량 사상 최대 ‘15..
  10. 중국 게임 '오공' 게임계 오스카상..

사회

  1.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2.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3.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4.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 12년만에 ‘..
  5. 초등학생 폭행한 경찰에 中 누리꾼 ‘..
  6. 上海 아파트 상가에 ‘펫 장례식장’..
  7.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동 휠체어’..
  8. 中 가짜 다운재킷 7만벌 적발… 거위..
  9. 상하이의 아름다운 밤하늘 누비는 ‘헬..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4.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5.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8. [상하이의 사랑법 19] 사랑은 맞춤..
  9.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6] 차가운..
  10. [무역협회] 기술 강국의 독주? AI..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