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9월 8일)가 다가왔다. 백로는 처서와 추분 사이의 절기로 이때부터 밤 기온이 떨어져 새벽이면 나뭇잎과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제부터는 오곡백과가 무르익듯이 아이들은 식욕도 왕성해지고 소화력이 좋아지면서 키도 쑥쑥 클 때. 한편으론 여름내 소비한 기운을 보충하고 체내에 영양분을 저장하여 몸을 튼실히 할 때이기도 하다. 마치 겨울잠을 준비하는 동물들처럼 말이다.
백로 이후의 날씨는 한낮은 덥지만 밤낮으로 온도가 낮아 일교차는 커지고 습도가 낮아 무척 건조해진다. 더운 여름을 나느라 수분과 기운을 다 뺀 상태에서 건조한 바람을 맞으면 몸 속의 진액이 마르고 황폐해져서 폐장이 말라 기능이 약해진다. 또한 콧속이나 목의 인후점막 등 호흡기 점막은 충분한 점액질이 분비되어 코 속과 목을 촉촉하게 만들어야 인체방어라는 기능이 원활한데 건조한 날씨는 이를 방해한다. 그 결과로 감기에 쉽게 걸리거나 가래와 기침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폐의 기운을 보강하고 수분과 진액을 보충해주는 식품을 먹어야 한다. 가을 제철 열매들이 제격이다. 다른 계절에 난 것보다 햇볕을 많이 받아 영양이 높고 질이 좋아 호흡기 질환 예방은 물론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많다. 배, 귤, 은행, 도라지는 환절기에 생기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에 좋으며 땅콩, 호두, 잣 등은 폐의 진액을 보충하여 촉촉히 해주는 대표 식품이다. 그리고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대비해 가벼운 외투를 휴대하여 온도에 따라 입고 벗도록 하며, 새벽 바람이 특히 차기 때문에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 시기는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도 괴로운 계절이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운이 피부를 조절한다고 보는데 실제 우리 몸의 수분 손실의 50% 내외가 폐와 피부에서 이루어진다. 건조한 가을 기운 탓에 폐장이 건조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각질 같은 발진이 돋기도 한다. 특히 태열이 있는 아이들은 증상이 심해져 아토피 피부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따뜻한 국물과 제철 과일을 많이 먹이고 비누 사용을 줄이며, 목욕 후 가벼운 로션보다는 도톰하게 발라지는 크림 타입이 도움이 되며 자주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감기에 걸리는 아이라면 가을 보약으로 건강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처방은 음기를 보충하면서 몸에 윤기를 더해준다. 결과적으로 가을에는 폐와 피부 건강에 좋아야 호흡기 질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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