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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중국 병원

[2022-01-25, 19:41:39] 상하이저널
 
얼마 전 저녁에 다급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갑자기 호흡하기가 어렵다는 지인의 말에 바로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오랜만에 간 제6인민병원 응급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순간 TV프로그램 ‘응급실 스토리’가 생각나며, ‘앗! 여긴 풀메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옆에 응급 환자를 두고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라니…. 얼른 접수부터 하고 진료 보고 여러 가지 검사를 끝내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옛날보다 굉장히 빨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엑스레이 하나만 찍어도 두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렸는데….’

며칠 후 또 다른 지인을 데리고 동인병원 진료를 보게 됐다. 동인병원은 이제 위챗 공식 계정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 접수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외국인도 공식 계정으로 예약을 할 수 있고, 예약 시간도 잘 나눠져 있어 사람이 많아도 예약한 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혈액 검사를 하러 채혈실로 갔는데 웬일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 옮겨 비어있는 채혈 창구에 덥석 진료카드와 영수증을 내밀었다. 간호사는 두 눈이 똥그래져 나를 쳐다보았다. 그 때까지도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계속 진료카드를 내밀고 있는 나를 보며 간호사의 한 마디 

“저쪽 가서 번호표 뽑으세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니 언제부터 채혈하는데 번호표를 뽑았단 말인가? 창구에 먼저 들이미는 사람이 먼저 아니었던가! 뒤를 돌아보니 채혈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채혈을 마치고 채혈실을 뜰 때까지 사실 너무너무 창피했다. 

‘중국 병원 많이 변했네, 언제부터 이렇게 번호표를 뽑은 거야?’

한국 다녀온 지인이 한 달 가까운 격리를 끝내고 음식 맛이 안 느껴진다는 얘기에 나는 바로 동인 병원으로 가자고 했고, 역시 위챗을 통해 이비인후과를 예약해서 방문했다. 의사는 먼저 코로나는 절대 아니니 안심하라고 하더니 음식 냄새는 맡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냄새는 맡는데 맛을 못 느끼겠다고 했더니 그건 혀에 관한 진료이므로 이비인후과가 아니고 구강외과를 가야 한단다.

‘그렇구나, 구강외과는 치아뿐만 아니라 혀도 보는 곳이구나.’

이비인후과 접수비를 환불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강외과를 예약했다. 대기자가 많아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진료를 보고 나왔다. 

‘중국 병원도 꽤 잘 보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9시에 둘째 아이 학원 데려다 주러 나가야 하는데, 병원을 다녀올 수 있을까 싶어 동인병원 안과 시간을 보니, 마침 한 시간 후인 8시부터 진료 시작이고, 아직 첫 타임 예약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얼른 예약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부터 하고 대기 한 지 15분 만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결막염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 집으로 오니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중국 병원 시스템 정말 많이 좋아졌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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