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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故김효정 세실리아를 추모합니다

[2021-05-06, 15:39:16] 상하이저널
“어떻게 널 잊겠어… 그냥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지”

친구야, 밤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네가 네 길을 서둘러 떠난 것도 같고, 우린 널 보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멍 하다가 마지못해 밖으로 나왔다. 길 가엔 넝쿨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있고, 은은하고 따뜻한 아파트 담벼락 등불이 비치는 한적한 이 곳이 동네 근처인가 싶다. 상쾌한 바람이 오랜만에 밤길을 걷는데 참 좋네. 홍췐루 카페, 와인바의 왁자한 분위기…. 넌 없는데도 세상은 여유롭고 한가하고 즐겁고 떠들썩하구나.

그녀를 잘 보내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꽂은 빈소 꽃들을 스승인 그녀가 칭찬해주길 바라며 마지막 가는 길에 발걸음 해주신 조문객들을 정중히 맞이했다. 유독 학생 조문객이 많은 이유는 ‘그녀가 스승인 동시에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보며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은 신선한 장례식이 되었다. 장례식장 한쪽에는 생전 그녀가 조원들과 함께 만들었던 창의적인 제대 꽃 작품 사진들과 추억 돋는 사진 영상이, 자작 시를 지었다며 낭독하는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들었던 그녀의 시가 조그만 부스로 꾸며져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거처를 옮기는 그녀에게 조그만 것이라도 정성을 다해 준비해주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미미함에 안타까운 공기만이 감돌았다. 그러한 우리의 모습에 “아이고 참 이게 뭐라고 애쓴다. 애써~.” 하며 말은 그래도 흐뭇한 마음에 예쁜 미소를 지을 그녀의 얼굴이 눈에 선하고,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 산다는 것이 허망하여 공연히 바람 이는 창공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자신을 오래 기억했으면 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사람들에게 빨리 잊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는 이상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 어느 정도 내다보고 있었던 듯도 싶다. 그녀를 닮은 식물은 대쪽 같은 대나무였고, 지적인 호기심은 끝도 없어서 엄마인 우리에게 인문학, 수학, 과학, 철학 등의 책들을 많이도 읽혔고, 수년간 나눔을 가졌다. 

그런 다양한 방면의 소양을 쌓아 폭넓은 소재로 아이들과 대화로까지 이어지길 소망했다. 학생들이 자녀들이 폭력적인 공부환경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배움과 돌봄이 깃든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살 수 있기를 지향하며 우리는 함께 연대했다. 엄마들 자신도 각각 흔들리지만 서로 기대어 총알 빗발치는 전장터 같은 육아의 시절을 온전한 전우애로 견뎌온 이국에서의 날들이었다. 그녀는 또한 주님의 어린양이었다. 이웃에게 권고하며, 해내야 할 모든 일 앞에 찡그리지 않고 재미를 붙여서 해냈다. 

이렇게 늘 우리의 길을 먼저 밝혀주었던 그녀는 최근 몇 년 미싱 수업이나 뜨개질 수업 같은 재능기부도 많이 했고, 도서관 봉사도 꾸준히 해왔다. 모든 활동은 정해진 시간의 종료와 함께 뒤풀이나 늘어지는 법 없이 다음 활동을 위해 자리를 떴고, 늘어나는 논술 수업과 잘 쉬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신사임당을 존경하여 집안 살림이나 육아에 완벽하리만큼 프로로 살았다. 집안은 뜨개질 소품, 꽃장식과 흰색으로 깔끔하게 커버를 씌워 보관하는 가전제품이나 키우는 화분들 어느 것 하나 먼지 앉은 법이 없었다. 그녀가 가장 공을 들였고 힘들어했던 부분은 그녀의 세 자녀 한 명 한 명 성격과 나이에 따라 독립심과 성향을 존중하며 키우는 것이었다. 독립심과 육아는 반대급부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들은 배려받았고, 그 방법들을 이웃들에게도 전수되었다. 

그녀를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던 날 들었던 이야기는 내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배에 올라타 키를 빼앗아 배를 운전하지 마라.” 아이와 내가 혼연일체가 되었던 때라 아이를 위한다는 나의 육아역사에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듣기 좋은 말보다는 해야 하는 행동과 일에 늘 일침을 먼저 가하는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나의 위챗 대화상대 목록에 김효정 이름 앞에는 흰수염고래가 한 마리 있다. 방대한 지식을 흡입하고 걸러 영양을 취하고, 먹이가 많은 곳, 위험한 곳을 같은 개체에 주파로 알려주는 흰수염고래를 닮은 그녀는 덤으로 산다던 그 세월 동안 광활하고 깊은 심해를 유영하며 마음껏 사유하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착해질 것만 같은 예쁜 꽃들은 피어 해를 바라는데, 네가 있는 그 곳에도 이것과 똑같은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속에서 커피 맛을 우유에 숨긴 라떼의 풍미 속에서 우리는 가끔 너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여울소리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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