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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독서실 단상

[2021-01-07, 13:47:14] 상하이저널

고3 때 다급해진 마음으로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독서실을 한 달 끊은 적이 있었다. 야자를 끝낸 야심한 시각 남자여자실로 나눠진 그곳에 가서 늘 침을 흘리며 자다가 돌아오곤 했다. 잘생긴 오빠는 고사하고 정말 남자라곤 우연이라도 마주쳐지지 않는 너무한 현실, 여중을 거쳐 여고를 다니던 나에게 정말 왜 이러나 싶었다. 오래된 목욕탕처럼 입구에서 손바닥만 한 공간에 앉아 눈인사나 하는 알바 아저씨만 있을 뿐이었다. 

얼마 전부터 독서실에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과 등하원을 체크하는 지킴이를 하고 있다. 우리 때랑 다르게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손바닥만 한 공간이 아니라, 커피와 음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작은 카페와 쾌적한 빛으로 찬란한 널찍한 규모의 공간이다. 

학생들은 공부하다가 틈틈이 학원도 다녀오고, 밥을 먹으러 다녀온다. 외출 시간도 나름 촘촘하다. 시험 기간에는 주말에도 오전이나 점심때부터 나와서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책과 씨름을 하는데, 대학교 도서관이 된 듯 진지하다. 여기 이 공간에서 시간이 내어준 숙제를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에 어른인 내가 배우기도 하고, 라면이나 간식을 사 먹거나 친구들과 속닥일 때는 세상 행복한 모습이다. 

독서실을 출입하는 어린 학생들의 얼굴엔 긴급하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듯 약간의 긴장감이나 무표정, 피곤함 등이 묻어있다. 어느 나라의 학생들은 연극을 만들어 올리고, 영화를 촬영하고 연애하는 것이 수업이라 들었다. 또 교육 다큐멘터리에서 본 어떤 나라의 시험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막힐 때 선생님의 도움을 약간 받아 가며 해결해가는 따뜻한 배움이었다. 아는 내용도 꼬아서 틀리게 만들어 점수로 줄을 세우는 우리네 차가운 시험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학교는 계속 학생들을 변별해내기에 사제와 친구 간의 신뢰보다는 불신과 경쟁을 많이 습득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의 교육 커리큘럼도 그들의 것과 같다면 명석하고 재기발랄한 학생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열중하며 인생을 속속들이 채워갈 수 있을까? 순수한 필요와 앎에 대한 열의는 또 얼마나 깊은 지식을 만들어갈까? 외워서 치루는 시험을 위한 공부에 익숙한 우리에게 미래에 필요하다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나 공감력은 얼마큼 생기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이곳은 코로나의 압박이 적어 학교와 학원이라도 맘 놓고 다닐 수 있으니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빈부의 격차에 따른 학습 결손이 심해져 중간 성적대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가정도 사회도 학교도 학생들을 돌볼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다. 돈이 돈을 낳는 비뚤어진 교육적사회적 생태계 속 배움의 고됨 중에도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성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나의 노동에 눈길에 담아본다.  

밤 깊어가는 고요한 독서실, 그 여느 때보다 학생들의 몰입도가 고조되어 한배에 탄 듯 진리의 파도를 향해 나아간다. 자정이 되어가며 모두 돌아가고, 피로와 약간의 보람 속에 마무리를 지을 때면 낮 동안 감춰왔던 내면의 약한 감정들이 달의 인력에 의해 밀려 나오는듯하다. 아이들이 자고 있을 집으로 향하는 부지런한 발걸음 위로 짙은 밤하늘에 하얀 초승달이 차가운 서정을 그려낸다.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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