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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살아남기 위해 잃어버리는 것
2021-06-03, 18:37:23 경향신문 칼럼
추천수 : 176조회수 : 1315

첫 책이 나왔을 때는 이웃들에게 많이 나눠줬다. 나는 사회 비판서를 사람들이 얼마나 낯설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예의가 바르면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가 안 되네요’ 정도로 말했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말이죠?’라면서 빈정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무례를 타고났겠는가. 익숙했던 성공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구조 어쩌고저쩌고를 언급하는 주장은 무시해도 된다고 길들여졌기 때문일 거다. 불평등의 문제를 짚는 걸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망상이라고 외쳐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찬호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저자

오찬호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저자

이 벽을 체험하고는 읽지도 않을 사람에게 책을 주는 일은 없었는데, 청소년용 도서가 나왔을 때 애들 친구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다. 못마땅하게 여긴 부모가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한 적이 있다. “솔직히 사회 관련 책을 읽을 필요가 있나요? 수능시험에 관련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그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내가 대학 강의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문사회 분야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기가 없으니 선을 넘어도 된다는 이들을 마주하는 건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수업을 듣는 100명의 학생들 중 4~5명이 딴짓을 하는 건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그러면 안 된다’는 압박을 당사자들이 느낀다. 하지만 수십명이 ‘대학에서 인문학에 에너지를 쏟는 건 시간낭비지’라는 자세로 앉아 있는 건 강사 재량으로 해결할 성질이 아니다. 학생들이 노트북에 주식차트를 띄워놓고 강의를 듣는 모습을 확인했던 몇년 전, 난 시간강사 생활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사회비판 학문이 대학의 정체성은 아니겠다만, 그게 당당히 무시당하는 공간이 어찌 대학일 수 있겠는가. 

시대는 어찌 변하고 있을까? 부동산 광풍은 박탈감을 겪는 시기를 앞당겼다. 집 걱정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겠냐만, 그 고민을 스무 살 초입부터 끙끙거리는 건 같은 수준의 걱정이 아니다. 모든 시간을 자본을 불릴 방법을 찾는 게 도덕이 되어버리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절박함은 주식과 가상통화 성공담에 자신을 대입시키게끔 한다. 매일 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모자라 분 단위로 시세를 확인해야 하니 답 너머 답을 찾자는 말은 판타지 소설처럼 들릴 거다. 여기서 늦은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색은 뒤처짐에 불과하다. 독서와 토론으로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발을 딛는 건 헛발질이다. 이견을 경청하고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장시간의 고뇌는 경계해야 하는 자세다. 

성공해서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은 자본주의가 선사한 매력일 거다. 하지만 그 방법이 ‘투자’라는 말과 친밀해지는 것 외에 묘수가 없는 세상은 같은 자본주의가 아니다. 노동이 존엄하다는 게 아니라, 자본이 자본을 만드는 게 ‘사회적으로 격려될수록’ 사람들이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고민하자는 거다. 불평등의 구조를 건드리는 걸 시간낭비로 여긴다면, 앞으로 어떤 시간이 우리를 지배할까?

경제적 자유인’이 되었다는, 되겠다는 사람들의 처방전을 봐라. 부동산, 주식, 가상통화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성공해서 베푼다는, 베풀 거라는 말의 비전을 봐라. 투자전략을 (비싼 금액에) 공유하겠다는 게 전부다. 이게 젊은 세대의 목표라는데, 그 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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