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하이에는 이상하리만치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추위에 웅크려 있던 몸을 기지개 한 번 펴볼새도 없이 또 다시 혹독한 더위에 시달리는 공포스럽기까지 한 상하이의 날씨지만 요즘 같아서는 진짜 상하이에 살아볼 만한것 같다.
겨우내 옷장을 지키고 있던 화사한 스커트와 가디건을 꺼내 잠시나마 이 봄을 즐겨보는 요즘 날씨, `봄볕은 며느리 쪼이고 가을볕은 딸 쪼인다'는 말이 대수일쏘냐. 요즘 같은 날씨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산들바람과 함께하는 `꽃 구경' 아니던가.
상하이 생활 4년차, 제대로 된 꽃구경이라면 무석에 가 만개한 벚꽃 잠깐 보고 돌아온 것이 전부였던 나는 올해는 그 유명하다던 난후이(南汇) 도화축제를 찾아보기로 결심, 거창하게 `봄소풍'이라 칭하고 친구들을 모았다. 김밥을 싸고, 챙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만 준비했는데도 벌써 기분이 들뜬다.
해마다 3, 4월이면 상하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난후이'라는 곳에서 도화축제가 시작된다. 듣기로는 화동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복숭아꽃 재배지역으로 유명해, 해마다 5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축제를 함께 즐긴다고 한다. 누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봄처녀 가슴 설레이게 하는 연분홍빛 복숭아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길거리를 거닐고 있자니 과연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모두들 추억 한 조각 남기기 위해 여기저기서 엉성하게 혹은 너무나 닭살스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봄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복숭아꽃 만발한 그 곳은 분홍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들판 모두 장관이었다.
꽃놀이를 즐겁게 하는 것은 비단 꽃만이 아니었다. 중국 소수민족의 다채롭고 화려한 공연과 달짝지근한 한국식 물엿 사탕 하나에 아이들도 모두 웃음꽃이다.
쟃빛 하늘과 뿌연 안개… 웬지모를 칙칙함과 회색빛 스산함으로 대표되는 상하이의 날씨. 4계절 가리지않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기분까지 우울해지는 상하이에서의 이 봄날이 하루라도 더 오래가길 기도해 본다.
윤정은 in-iw@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