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没关系, 不要紧! 염려 마, 괜찮아!

[2018-08-22, 15:19:30] 상하이저널

오랜만에 큰아이와 같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던 타이완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아이가 곧 멀리 전학을 간다며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자는 연락이었다. 우린 멀리 푸동까지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놀러 갔다. 그 엄마는 여전히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뜻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 거리나 바닷가로 쓰레기를 주으러 다니고, 장애우와 함께 친환경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고, 환경이 열악한 학교나 단체를 찾아 다니며 공연도 한다. 고작 몇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엿한 환경단체가 됐다고 한다. 

 

내가 이 엄마한테 반한 건 처음 식사를 같이 하게 됐을 때였다. 남은 음식이 아깝다며 가방에서 밀폐용기를 꺼내 싸가는 모습을 보고, 정말 우리 할머니 이후로 밀폐용기까지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처음 본 것이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밀폐용기를 꺼내 얼마 남지도 않은 음식을 싸갔다. 나도 이 엄마의 영향으로 한동안 밀폐용기를 가지고 다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기에 남은 음식들을 포장해가곤 했다.

 

성격까지 유쾌한 이 엄마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谢谢”를 연발해, 오죽하면 식당 종업원이 자기한테 제발 ‘谢谢’ 좀 그만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도 평생 해 온 말이라 쉽게 되지 않는단다. 난 항상 들릴 듯 말 듯 한 말로 “谢谢”를 하곤 했었는데, 이 엄마를 만나고 난 후론 나도 씩씩하게 ‘谢谢’를 말할 수 있게 됐다. 택배를 받을 때도, 셔틀버스에서 내릴 때도, 음식을 서빙받을 때도 ‘谢谢’를 생활화했다.

 

며칠 전 밀크티를 배송시켰는데, 밀크티 한잔이 완전히 쏟아져 반도 남지 않았고, 비닐봉지 안이 쏟아진 밀크티로 범벅이 돼서 배달이 왔었다. 문을 열자 마자 난감한 표정을 한 배달원이 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음료가 다 쏟아졌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나고 온 이 타이완엄마의 해피바이러스를 이용해 웃으며 얘기했다. “没关系, 不要紧!(méi guān xi, bù yào jǐn!)”


이 말을 들은 배달원의 표정은 안도와 함께 더욱 더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며 돌아갔다. 들고 오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그 후론 웬만한 일엔 그냥 ‘没关系, 不要紧!’이라고 쿨하게 넘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괜찮다고 한마디 한 것뿐인데 내 기분은 깃털처럼 가벼워 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탓에 쿨한 척을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아요!’의 위력은 가히 추천할 만 하다. 무더운 여름날 자꾸 자꾸 써먹어 보아라. 마음만은 시원해질 것이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인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모른다? hot 2018.08.25
    중국인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모른다? 넌 별자리가 뭐야? 중국 친구들과 교류하다보면 인삿말처럼 들려오는 질문이다. 혈액형도 아니고 별자리라? 잘 몰라서 생일을 알려..
  • 어? 한국에도 있네! 모바이크 hot 2018.08.25
    한국에서 모바이크 즐기기 보증금 5000원, 30분에 300원 이용료 모바이크는 2016년 4월에 상하이에서 출시됐다. 상하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모바이크는...
  • 외국 영화 속 중국, 중국인 上 hot 2018.08.24
    중국은 예로부터 세계의 중심이라 불릴 만큼 우수한 문화를 보유화고 있었다. 중국 문화는 한반도와 동남아시아로 퍼졌고, 중국의 4대 발명 종이, 나침반, 화약, 인..
  • 어? 한국에도 있네! 풍무꼬치 hot 2018.08.24
    중국의 길거리 음식으로 알려진 양꼬치 요리는 이제 어엿한 음식점의 메인 메뉴가 됐다. 한국에선 고기 냄새 또는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 중국 ‘90后’ 절반이 ‘섹스리스’ hot 2018.08.22
    중국 ‘90허우(90后: 90년대 출생자)’의 절반이 ‘섹스리스’인 것으로 집계됐다. 왕이(网易, Netease) 산하의 성인용품 회사인 ‘왕이춘펑(网易春风)’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국경절 황금연휴 첫 나흘간 상하이 관..
  2. “살 수도 없었다” 중국 증시 개장과..
  3. 中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 5개 대..
  4. 중국 1대 대형마트 따룬파(大润发),..
  5. 상하이 증권거래소, 8일부터 지정거래..
  6. 티켓 없이‘병마용’관광? 여행사 상술..
  7. [책읽는 상하이 255] 사실, 내성..
  8. 상하이 분양시장 연휴 첫날부터 ‘인산..
  9. 상하이 여행절, 23일간 3877만..
  10. 상하이저널 학생기자 15년, 28기..

경제

  1. 국경절 황금연휴 첫 나흘간 상하이 관..
  2. “살 수도 없었다” 중국 증시 개장과..
  3. 中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 5개 대..
  4. 중국 1대 대형마트 따룬파(大润发),..
  5. 상하이 증권거래소, 8일부터 지정거래..
  6. 상하이 분양시장 연휴 첫날부터 ‘인산..
  7. 국경절,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
  8. 中 자동차 기업 9월 성적표 공개…..
  9. 中 정책 호재, 홍콩 증시 본토 부동..
  10. 中 도시 '레저' 지수 발표…여가 즐..

사회

  1. 티켓 없이‘병마용’관광? 여행사 상술..
  2. 상하이 여행절, 23일간 3877만..
  3. ‘상하이한인배드민턴연합회’ 창립 10..
  4. ‘스쿼트 1000회’ 체벌로 평생 불..
  5. 한드 ‘퀸메이커’ 中 충칭 사진이 서..
  6. 한강 韓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에 中언..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4] 나무의 시간
  2. [책읽는 상하이 255] 사실, 내성..
  3. 2024 아트플러스 상하이, 세계 예..
  4. 2025 상하이 패션위크 9일 신톈디..

오피니언

  1. [상하이의 사랑법 17] 완벽하게 통..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5] 13억..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