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의 영화 검열 제도는 영화 산업 발전에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 발전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영화 '여름궁전'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5년간 영화 제작금지 처분을 받은 로예(婁燁ㆍ41)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2001년 부산 PPP 프로젝트로 제작된 '여름궁전'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 중국 정부는 로예 감독이 '여름궁전'을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면서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처분을 내렸다.
14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난 로예 감독은 "당국으로부터 5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다. 찍지는 못할지라도 계속 영화는 준비할 것"이라며 "당국의 처분 직후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힘내라는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로예 감독은 이에 앞서 로테르담 영화제 타이거상 수상작 '수쥬'(2001)도 중국 내 상영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여름궁전' 역시 중국 내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그는 "중국 검열 제도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도 그 자체가 영화 작업 전체에 상당한 제한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검열 제도가 없어진 직후 영화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영화 검열 제도는 전체 감독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 정부가 '여름궁전'에 민감한 이유는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 그러나 감독은 "이 영화는 천안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이지 천안문 사태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라고 정치적인 해석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1989년 중국은 가장 자유롭고 격렬했으며 충동적인 시대였습니다. 사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애정에서도 그랬습니다. 젊은이들의 애정관이 크게 바뀐 시대입니다. 모두가 열렬히 사랑했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사태 이후에는 중국 사회 전체가 침묵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 시절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녔고 연애를 했습니다. 영화는 그러한 시절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아시아영화인 '여름궁전'은 천안문 사태가 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연인의 격렬한 사랑과 이별, 재회를 그린 이야기. 천안문 사태와 같은 시대에 세계를 뒤흔든 베를린 장벽 붕괴, 옛 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 관련 장면들이 삽입되기도 했다.
그는 '사랑'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사랑은 상당히 많은 것을 초월할 수 있는 감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또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사랑 안에는 상당히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최근 선보이는 중국 영화들이 판타지 무협 장르인 것과 일맥 상통하는 듯하다. 검열을 피하는 방식인 것이다.
"감독들도 자신이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지요. 일을 하기는 해야 하니 되도록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역사적 소재, 특히 중국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죠. 문제는 젊은 감독들은 다양한 소재로 접근하는데 그 모든 작품, 특히 다큐멘터리들은 모두 시장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연관해 그는 한국 영화에 부러움을 표시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 영화가 굉장히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장르가 다양하고 시장 역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만 봐도 아시아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인들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어 그는 아시아 영화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 영화의 힘은 굉장히 강하다. 모든 아시아에서 강한 열정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유럽보다 훨씬 강하다"면서 "이러한 힘이 나중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