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 '세계의 공장' 중국이 오히려 인근 동남아 국가의 경제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9일, 동남아 국가들이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외국자본으로 무장한 중국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의 고부가 가치 산업을 모색하면서 경제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작년의 경우 724억 달러에 달하는 풍부한 외국 자본의 유치로 가장 낮은 원가에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했다.
이 같은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은 연간 수출액이 6천억 달러에 이르러 근년 들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인도(연간 수출액 600억 달러)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간 외국자본의 직접투자액도 인도는 50억 달러인 반면 중국은 이보다 10배인 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로 인해 동남아 국가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경쟁을 피해 사업 다변화 등 적극적인 경제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작년에 관광산업 분야 확대를 위해 처음으로 카지노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년 전에는 싱가포르 경영 대학에 금융학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를 개편하는 등 싱가포르를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작년에 금융기관의 총자산은 7천200억 싱가포르 달러(미화 4천570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6% 늘어났다.
싱가포르는 또 2000년 이후 생명공학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연구원 1천 명이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의학 분야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던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도 5년간 75억 달러를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30년간 주석, 고무, 야자유 수출과 전자제품 조립으로 미국의 10대 교역국 위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근년 들어 고부가 가치의 신기술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99년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문을 연 신기술산업단지인 '사이버자야'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말레이시아판 실리콘 밸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처럼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현재 30%를 점유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를 2020년에는 28.5%로 줄이고, 서비스업 분야를 6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관광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의 카지노 산업과 경쟁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월트 디즈니사와 테마 파크 조성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밖에도 생명공학, 통신, 의료 분야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도 경제 다변화를 적극 모색 중이다.
태국의 섬유산업은 스펀덱스나 링클프리 등 고부가 가치의 섬유 원단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신기술면에서는 뒤지지만 석유, 가스, 목재, 석탄, 야자유 산업 등으로 사업의 다변화를 꾀해 작년에 5.6%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필리핀도 의료 관광 등 여러 고부가 가치 사업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호미 카라스 세계은행(WB)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책임자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기술과 숙련된 노동자, 교육을 흡수하고 있다"며 "효율성에서 뒤지는 동남아 국가들이 경쟁하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