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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칼럼> 세상의 중심이 다시 옮겨지고 있다

[2007-08-16, 01:01:05] 상하이저널
아편전쟁, 난징조약

세상의 중심이 중국임(그것이 한족이 세운 국가이든, 한족 이외의 소수민족이 세운 국가이든 상관없음)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한반도 백성들에게, 아편전쟁에 뒤이은 영국과 청나라의 난징조약 체결(1842년 8월)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한번도 중국보다 큰 나라가 있다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이, 중국을 천자[하늘님의 아들인 황제]의 나라로 떠받들어 오던 한반도의 백성들에게 중국보다 더 큰 나라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그 나라가 중국을 무력으로 제압했다는 소식은 당대의 지식인 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충격은 마치 2015년 어느 날 지구 밖 외계인이 갑자기 지구에 쳐 들어와 미국을 무력으로 굴복해 미국의 힐러리대통령(?)이 지구의 항복을 선언했다는 소식을, 한반도 백성이 자고 일어나 인터넷으로 전해 보는 것과 같은 정도였다고나 할까.
18세기까지만 해도 전세계 銀 보유량의 3분지 1을 소유하고 있었고, 세계 각국이 통상을 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지였던 청나라가 불과 100년이 못되어 서양 열강에 의하여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징후였다.


서태후, 흥선 대원군, 의화단, 동학

26세에 천자의 나라의 중심이 된 서태후는 서양 세력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나 서양 사신이 황제(실질적으로는 수렴청정을 하는 서태후 자신)를 알현할 적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격노하곤 하였다. 중국 역사상 주변국 사신이 황제를 알현하면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종에 의해 미국 대통령을 알현한 민영익 일행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자 미국 대통령이 크게 당황해 하던 신문 만평이 지금도 남아 있을 정도로(고구려가 망한 이후의 한반도 정권은 늘 강자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 왔다), 중국 주변국에게 중국은 하늘같이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서양 사절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는 것은 곧 항복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천자라 해도 서양 사신이 절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서태후는 불타버린 여름 궁전을 추억하며 대규모 역사를 일으켜 이화원을 지었다. 황제(정확히는 서태후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황권 몰락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였다고 봄이 정확하리라.
대원군도 서양 세력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안동 김씨를 비롯한 당대 세도가들의 눈을 속이려 상갓집 개 노릇도 마다하지 않던 그가 일단 정권을 잡자 무너져 내린 왕권을 회복시켜 조선의 중흥을 도모하고자 나름대로는 무던히도 애를 썼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거치며 척화에 대하여 자신감도 어느 정도 가지게 된 그는 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경복궁을 재건하였다. 역시 청나라가 무너져 더 이상 조선을 보호해 주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였으리라.

민중은 더 불안했다. 더 이상 천자의 나라가 조선을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시골 노인들까지 알게 된 것이다. 서양 세력의 학문을 `서학'이라고 하고, 이에 대한 안티체제로서 `동학'을 만들어 정신적으로 서양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함대와 대포로 상징되는 서양 열강의 무력을 학문으로, 정신적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것을 보면, 조선 민중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는 무력항쟁으로까지 발전하였지만, 부적을 붙이고 있으면 서양 총알이 비껴 나간다고 믿는 미신이 동학도들 사이에 팽배(총알에 맞아 죽으면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 것을 보면 그 수준을 짐작할만 하다. 몇 년 후 북경에서는 의화단 운동(1900년)이 일어났다. 비슷한 맥락이다. 부적을 차고 있으면 절대 서양인들의 총에 죽지 않는다는 미신이 의화단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참담한 피비린내로 끝이 났다.


세상의 중심이 다시 중국으로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흥선 대원군(1820-1898), 서태후(1835-1908)가 죽은 지 이제 100년이 되었다. 그 동안 제국주의의 거센 침략이 전세계에서 자행되었고, 2차례의 세계 대전이 있었으며,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세상의 중심은 영국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바뀌었고, 데탕트 시대를 지나 구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되어 21세기를 맞이하였다. 인류 역사상 전 지구에 영향을 끼친 국가는 미국 이외에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미국은 전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현재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2001년 전세계 금융의 상징이던 맨하튼의 월드 파이낸스 빌딩이 자살폭탄 테러에 의해 무너졌고, 2008년 상하이 푸동에는 105층짜리 상하이 파이낸스 빌딩이 완공될 예정이다. 또 다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95년 한국과 경제 규모가 같았던 중국은 그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거쳐 200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2012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2030년에는 경제력에서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엊그제 신문에 중국 공상은행이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시티 은행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금융기관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세계에 타전되었다. 곧 이어 중국은행, 민생은행, 농업은행들도 세계 선두 금융권에 서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꽃인 금융 분야에서, 중국은 곧 세계 10대 은행 안에 4대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

로마 시대 이래 역사상 변하지 않는 사실은, 돈(무기 구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만이 강한 군대를 소유하고 강한 군대를 가진 집단이 이를 바탕으로 전쟁(무력전쟁이든 경제전쟁이든)을 통해 세상(조그만 도시나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람들이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WORLD)을 지배하는 바, 그 기초는 언제나 돈이었다. 돈을 바탕으로 개방과 포용의 자세를 취한 집단만이 세상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경제전쟁의 현시대에, 이제 전세계 돈이 다시 중국으로 몰려 들고 있다. 돈이 몰리면 자동적으로 인재가 몰리게 된다. 인재가 몰리면 발전이 가속화 된다. 중국 공상 은행이 세계 1위 은행에 등극한 것은,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것의 징후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곧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한국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해야만 할 것 같다. 세상의 중심이 바뀌게 된 원인분석은 훗날 역사가들에게 그 임무를 맡겨 두고, 한반도 백성들은 앞으로 100년을 우리와 후손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 중국에 주재하는 한국기업, 한국인은 중국, 중국인, 중국 기업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민하지 않으면, 변형된 형태의 제 2의 아편전쟁에 따른 제2의 동학을 경험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우리 모두 다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서태후나 흥선대원군 같은 지도자가 나오지 말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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