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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타국 생활의 태도에 관하여

[2016-06-15, 17:49:45] 상하이저널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 보리라 다짐하며 야심차게 첫 등교를 했는데, 세 시간 동안 공부는커녕 짜증만 제대로 나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스페인 여자 둘이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는데, 친한 친구인지 수업 시간 내내 스페인어로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반 학생들이 항의하자 선생님이 계속 주의를 주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계속 떠들어댔고 그게 모자랐는지 과자를 아작아작 소리도 크게 먹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선생님이 회화 연습차 중국 생활에 대해 다양한 점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쁜 점만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침 뱉는 거, 큰 소리로 이야기 하는 거, 새치기와 쓰레기 투기, 그리고 나쁜 공기까지. 물론 선생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 나라는 얼마나 예의가 바른지, 얼마나 공기가 좋고 아름다운지,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두 아이는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시킨단다. 나는 정말 일어나서 ‘그 입 다물라!’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결국 나는 그 여자들 때문에 다른 반에 가서 나머지 수업을 들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심정으로.


이 얼마나 오만불손한 태도인가. 여기는 자기 나라가 아닌 중국이다. 너는 지금 중국에 와서 밥 벌어먹고 사는 중이다. 제발 예의 좀 갖추어 주라. 그 좋은 매너를 가졌다는 그들이 하는 행동이란 불손을 넘어 천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자기들 입으로 매너를 얘기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누워서 침 뱉는 격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끼리 안주삼아 얘기하는 불편 사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인과 같이 있는데 하대하는 모습 혹은 이 땅이 마치 살 데가 못되는 곳처럼 얘기하는 경우를 본다. 한번은 같이 수업하는 지인에게 중국인 선생님이 ‘서바이벌 중국어’라는 교재에서 ‘서바이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오지에서 살아남기예요’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이곳이 정말 오지입니까?’ 라고 되물으셨는데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개인의 행동 양식은 그 나라와 민족의 문화 ․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중국 역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민족이 흥망성쇠를 겪었고, 문화대혁명과 같은 굴곡의 현대사를 지나오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또 인구는 얼마나 많은가? 땅은 얼마나 넓은가? 우리는 또 중국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나. 언제부터 중국보다 잘 살았다고 한껏 힘을 주는지,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지.


물론 맘에 안 드는 것은 나도 많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 나라가 아니다. 우리 나라와 같은 서비스가 그립다면, 그러면 여길 떠나면 되겠다. 이곳의 삶의 방식이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조롱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入乡随俗(rù xiāng suí sú)’라는 말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그 고장에 가면 그곳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어딜 가나 그 지역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람의 생김새나 국가의 지위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지위고하에 따라 대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았으면 한다.


하루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울었다. 한국 타이타이가 모욕감을 주었는지 너무한다면서 서러움에 북받치는 모양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었으나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었다. 내가 살아온 나라의 삶의 방식이 이방인의 삶에 적합하지 않았다 해서 그 관계가 부탁과 요청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었나 반성하며 ‘入乡随俗’의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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