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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탈(脫) 한인타운, 다시 중국 속으로

[2016-03-02, 15:51:04] 상하이저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빨리 가서 애들 간식이랑 저녁 해야 돼.”
동네 엄마들과 잠깐 만나 수다가 길어지면 항상 아이 오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들어간다. 간식 후딱 만들고, 그 마저도 시간이 안되면 들어가는 길에 빵이라도 사가는 게 평소 내 모습이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한인타운에 사는 많은 엄마들의 모습일 것이다.


식사준비를 하다가 양념이라도 떨어지면 주저없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마트번호를 찾아 바로 배달시킨다. 요즘엔 공구방 반찬방까지 늘어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해준다. 한인타운에서 10년을 보내는 동안 큰 불편함 없이, 이 편리함이 당연한 듯 생활하며 살아왔다.  많은 엄마들이 한인 마트가 너무 비싸다고 로컬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도, 결국엔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땅한 중국식당 하나 없는 이곳이 처음엔 신기했다. 아무리 한인타운이라지만 중국사람들도 사는데…. 은행도 한국은행만 생기고, 식당도 한국식당만 생겼다. 한국은행이 생겨도 별로 편하지가 않았다. 집세를 이체할 때 수수료도 비쌌고, 더욱이 즈푸바오도 이용할 수 없었기에 그나마 제일 가까운 우중루나 이산루쪽 은행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다 한국계 은행들도 속속히 즈푸바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타행이체 수수료도 낮아졌다. 더 이상 먼 중국 은행을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점점 더 한인타운을 벗어 날 일이 없어지고 있었다.


한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생활의 편리함이 극에 달할 때쯤, 둘째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첫째와 같은 로컬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를 둘 다 스쿨버스를 태우면서까지 굳이 한인타운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첫째아이 친구들 때문에 학교근처로 이사 갔음 했던 막연한 계획에 이제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큰 아이가 곧 졸업이라는 점이었다. 중학교도 가깝고 둘째 다니는 학교도 가까운 곳으로 찾는 게 관건이었다. 회사에서 지원되는 집세는 여전히 몇 년 전 수준인데, 도무지 집세에 맞는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금액이 맞는 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집을 보러 갔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아파트도 오래됐고 그 안에 장식은 낡을 대로 낡아있었다. 깨끗하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잘 꾸며놓은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로컬지역 아파트를 보니 순간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더욱이 이사 갈 곳으로 점 찍은 곳은 큰아이가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만큼 등하교가 편리한 곳이지만, 정말 아파트 몇 동 외엔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좀 많이 걸어 나와야 마트도 나오고 은행도 나오는데….


내가 과연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이 편리한 곳을 놔두고 굳이 이사를 가야 하나, 이사 안가면 큰 아이는 스쿨버스도 없는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등하교가 편해야지!’ 내가 뭐 말이 안통하니, 길을 모르니, 내가 좀 부지런을 떨고, 열심히 쓸고 닦으면서 살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계약서를 쓰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마트에 들려 내일 먹을 장을 좀 보았다. ‘이젠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도 안녕이구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가족들 굶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라디오를 켰다. 유덕화의 옛노래가 흘러나온다. 캬~ 타이밍 좋고~ 이 노래가 얼마만이냐~ 한참 따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뚝 끊긴다. ‘이런 망할 놈의 인터넷! 내가 빨리 이사를 가야지!’ 이삿날을 코앞에 두고 하루에도 수십번 아쉬움과 설렘이 설왕설래한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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