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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밤하늘의 별이 별이 아닌 시대

[2016-02-10, 19:26:05] 상하이저널

밖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무 기대도 없이 올려다 본 밤하늘에 한 눈에도 20-30개가 넘어 보이는 밝은 별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최근에 상하이의 공기가 좋지 않아 별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놀라움으로 쳐다 보았다. 모처럼의 별잔치라 아이들과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국자모양의 북두칠성과 더블유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찾아 보기로 했다. 북두칠성의 국자 끝에서 다섯 칸, 더블유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한 가운데 별에서 다섯 칸 지점에서 만나는 북극성을 오랜만에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북극성이 보이면 시력이 1.5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별들이 서쪽에 모두 모여 있고 동쪽 밤하늘엔 별의 흔적이 없다. 찾아 헤매던 두 별자리도 흔적이 없다. 내가 보고 있는 유난히 밝은 저 별들은 뭐지? 새벽에 보았던 금성(샛별)만큼이나 밝은 별들이다. 순간 각 나라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에 생각이 다다른다. 아이들도 모간산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과 다르다 말한다. 크고 작은 모래알이 흩뿌려진 듯 온 하늘을 수 놓던 산 위에서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들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반가움이 씁쓸함으로 바뀐다.


과학과 문명, 산업의 발달로 도시의 하늘에서 별을 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런데 인간이 쌓아 올린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에서 햇빛을 받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소원으로 별을 따다 주라면 따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홍췐루 가까운 곳 교회 가는 길의 나무가 모조리 잘렸다. 길을 넓힌다 한다. 연안서로까지 뚫린다 하니 공사가 다 끝나고 나면 무척 편리하게 될 듯 하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작은 도로가 이름을 얻을 듯도 하다. 수 년간 봐 온 나무들이 먼저 무성한 잎이 다 잘려 나갔다. 오로지 본 줄기와 나뭇잎 하나 남지 않은 굵은 나뭇가지들만 남길래 가지 치기 치고는 이상하다 여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뿌리 채 다 뽑혀 어디론가 가 버렸다. 자전거로, 택시로 오고 가는 그 길이 얼마나 낯선지 모른다. 매주 오가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아이들은 숨이 막힐 것 같다 표현한다.


나무가 다 잘려 나가고 이사 가고 난 후, 처음엔 내가 들어서야 할 골목마저 지나쳤다. 나무 하나 없는 넓어진 길에서 푸르름이 살아 있는 좁은 골목으로 돌아서니 그제서야 숨이 쉬어지는 듯 하다. 혹여 도로가 마무리 되고 나면 새로운 나무가 좌우에 이사올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길 바라고 있다. 그래도 무성한 잎이 달린 나뭇가지가 마구 잘리고 뿌리 채 뽑힌 나무가 옮겨져 가던 광경은 도시화의 아픈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듯 하다.


최근에 상영된 영화 ‘마션’을 아이들과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주인공이 버틸 식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화성에서 감자재배에 성공하던 것이 기억난다. 주인공이 식물학자이고, 영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리라. 감자 싹이 올라왔을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푸르름, 맑음, 깨끗함, 영롱함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들이 있다. 그러한 곳을 찾아 가야 만나고, 의도해야 만나는 시대가 내 옆에, 내 아이들 옆에 있다. 형형색색으로 터지는 불꽃 소리에만 창문을 열고 올려다 보곤 했던 상하이의 밤하늘, 그래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들 중에 진짜 우주의 별이 한 개는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 별을 눈으로 안아 본다.

 

르니 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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