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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뭐? 중국에 간다고? 드디어 미쳤구나!”

[2015-11-06, 10:05:52] 상하이저널

한국에서 한 때 유덕화 장국영 주윤발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홍콩 영화가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기가 바로 그러했다. 그렇다, 나는 그 인기가도에 휘발유를 퍼붓고 다니던 홍콩 영화 열혈광팬 중 한 명 이었다.

 

내가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도 바로 이때다. 홍콩 영화 광팬이라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중국어 몇마디 정도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었다. 그게 중국 표준어인지 광동어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 시기에 중국어 사전이라곤 진명출판사에서 나온 사전이 전부였다. 영화에선 안녕을 “네이호우”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사전에선 “니하오”란다.

 


남들은 한창 국영수 점수에 목을 메고 있을 때, 난 홀로 중국어 푹~ 빠져 버렸다. 머릿속은 온통 중국어, 중국, 홍콩, 홍콩 배우, 대만…. ‘도대체 이 세 나라가 어떻게 다른 거야?’ 고등학생이었을 때 우리나라는 대만과 수교를 끊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뉴스에는 학교 끝나고 자주 갔던 명동 화교학교 앞에 수많은 화교들이 모여 중국과의 수교를 반대하며 시위하는 내용이 자주 보도됐었다.

 

하루 하루가 평범했던 내가 중국어에 빠지고 나서 명동 화교학교 앞에 화교들이 하는 노점상이며 잡지가게이며 빵집, 중화요리집에 가는 게 취미가 되었다. 내가 책에서 봤던 중국어를 유일하게 써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명동이었던 것이다.  

 

무작정 찾아 가 본 명동 화교학교, 마침 교문은 열려 있었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넓은 운동장 벽에 쓰여있던 붉은색 한자였다. 교실에도 붉은 글씨, 무용실 같아 보이는 곳에도 붉은 글씨. 온통 붉은 글씨…  따라쟁인 나도 화교학교 앞 노점상에서 붉은색 실의 옥목걸이를 사서 분신처럼 하고 다녔다. 교과서, 노트, 다이어리 등 나의 모든 물건엔 내 한자 이름과 함께 ‘我的’라는 중국어가 쓰여있었다.

 

점점 중국화 되어 가고 있는 나를, 친구들은 신기하게 여겼고, 급기야 제2외국어가 불어인 학교를 대표해서 외국어경시대회 중국어 부분에 참가하게 되었다. 거기에 나갈 만한 실력이 안된다는 건 내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노래 시키면 중국어노래 부르고, 연습장엔 온통 한자만 가득한 나의 중국어 수준을, 중국어의 중자도 모르는 선생님들이 알 턱이 없었다. 무조건 나가 보란다. 그래서 무조건 나갔다. 결과는 나의 예상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뭐? 중국에 간다고?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중공가서 공산당되게?”
”난 네가 중국 갈 줄 알았어.”


내가 중국을 가겠다고 결심한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딸을 혼자 중국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은 아예 유학센터에 가서 가장 안전할 것 같은 학교를 골라오셨다. 홍콩과 붙어 있는 선전(深圳)이라는 곳에 있는 선전대학교였다. 그나마 홍콩이 옆에 있으니 무슨 일 있으면 홍콩으로 튀라고 선전대학을 골라오셨다. 

 

일제강점기 때 상하이에 살면서 김구선생에게 독립자금을 솔찬히 대셨다는 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중국 중국 노래를 불렀더니 부모님도, 선생님도 내가 졸업하고 중국에 가는 걸 당연하게 받아 들이셨다. 나 또한 중국을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의 중국 유학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평범한 아줌마가 됐지만 중국어에 대한 열정 만큼은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이 매력적인 언어를 이젠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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