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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나라’ 오명 벗지 못하는 중국을 위한 변론

[2015-09-18, 10:24:47] 상하이저널

[최정식칼럼]

 

창작과 모방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는 끝없는 논란거리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은 창작은 이미 존재하는 것의 변형이라는 변명이기도 하다. 작곡가는 창작과정에서 신선한 선율이 맴돌지만 기존에 언젠가 들었던 환청에 두려워하고, 디자이너는 새로운 구도와 도안으로 형상화하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이미지가 떠올라 주저한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고통에 짓눌려 타인의 작품을 표절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중국은 짝퉁의 왕국으로 알려져 있다. 종종 중국에 온 여행객은 일부로 짝퉁 상품이 밀집한 상가를 찾아 진짜 같은 명품 모조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중국만 유독히 표절과 모방이 심한 것이 아니라 발전도상 중인 국가가 모두 겪었던 성장통이다.

 

 

신장자치구 조형물 ‘大油泡’ 짝퉁 시비
최근 중국 신장자치구의 유전지역인 커라마이(克拉瑪依)시의 1호유전 관광구에 새로 설치된 조형물이 표절 시비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의 지난 8월 초순 신문에 따르면, 문제의 대형 조형물인 ‘큰 기름방울’(大油泡)은 2013년부터 공사를 진행해 현재 마무리 공정인 표면연마와 광택작업에 들어가서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큰 기름방울’은 100톤 분량의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되었는데 그 외관이 시카고시 밀레니엄공원에 2006년 설치된 유명 조형물인 구름문(Cloud Gate)와 유사하다고 하여 짝퉁 시비가 붙은 것이다. 구름문의 제작자인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는 “보아하니 오늘 날의 중국(정부)은 다른 사람의 창의를 도둑질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 같다”고 힐난하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신장자치구의 '大油泡'

 

미국 시카고의 'Cloud Gate' 

 

 

 

“공교롭게 일치” 표절 부인
이에 커라마이시 관광국 담당자(马俊 과장)는 “우연히 공교롭게도 일치된 부분이 있다”고 답변하며 표절을 부정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 태도는 표절을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그저 표절 시비가 제기되었다는 사실보도 위주이었다. 다만 구름문은 콩을 형상화했으므로 그 역시 새로운 창작이 아니며, ‘큰 기름방울’은 대지에서 솟아오르는 기름방울을 형상화해 서로 다른 것이라는 반론을 소개했다. ‘커라마이’는 위구르어로 흑유(黑油)라고 하며, ‘큰 기름방울’은 카라마이시 북부의 높이 13미터, 면적 0.2제곱킬로미터의 커다란 유전 구릉인 흑유산(黑油山)에서 분출되는 원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큰 기름방울’의 제작자인 양쉬(楊旭)는 30대 초반의 조각가로 예술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큰 기름방울’은 지표에서 요동치며 부단히 가스를 토해내는 기름방울을 형상화한 것으로 유일성, 상호성 그리고 역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한국 예능 리메이크, 합법적인 모방
타인의 지적 창작물을 허가받아 모방하거나 그 출처를 밝히고 인용한다면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창작의 독창성과 가치가 떨어질 뿐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모방과 베끼기가 더욱 심해지는 부분이 TV의 예능프로이다. 특히 한류 붐에 편승해서 한국의 예능프로가 앞다투어 중국의 TV방송에 수출되고 있다.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하니 표절은 아니고 합법적인 모방일 뿐이다. 중국 TV방송계는 종전에는 미국, 유럽의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하더니 소재가 고갈되어 한국과 일본의 프로그램을 수입하기 이르렀다고 한다. ‘런닝맨’,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이 대표작이다. 사실 후난(湖南)방송이 ‘나는 가수다’의 판권을 유상으로 구입해 리메이크한 것이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예능프로의 중국 내 본격적 도입의 포문을 열었다고 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에 도입된 외국프로그램은 모두 70여 편인데 그 중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10 편으로 15%나 차지한다고 한다. 2013년에 단지 2편이었던 것이 1년만에 10편으로 늘었으니 가히 폭발적인 증가라 할 것이다. 구매가격도 10배나 올라 편당 판권료가 3만 달러까지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성공한 창작물을 모방하고 싶은 욕구
최근 중국 TV방송의 예능프로 제작환경은 매우 경쟁적이라고 한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창작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외면받을까. 스트레스를 받은 프로그램 제작진은 한국에서 히트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쉬운 길을 찾는다고 한다. 화책(华策)영상의 두팡(杜昉) 부사장은 중국 언론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제작자가 순수 창작물을 준비하면 광고주가 성공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작진에게 “이 프로그램은 수입한 것이냐? 해외에서 성공했느냐”고 질문한다고 한다. 순순 창작물이라고 답변하면, 광고업주는 왜 창작물을 제작했는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집요하게 따진다고 한다.


표절이든, 짝퉁이든 타인의 창작물 그 가운데 성공한 창작물을 모방하고 싶은 욕구는 손쉽게 주목받고 그래서 시장의 평판을 얻으려는 본능인 듯하다. 유행에 편승하는 심리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 쉽게 발견하는 모조품은 단지 상업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쉽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비춰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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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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