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게임을 넘어 하나의 스포츠로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세계 대회가 열려 이목이 쏠렸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e-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상혁(페이커) 선수가 7년 만에 4번째 우승을 차지해 새로운 역사를 썼고, 결승전 동시 시청자 1억 명을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10년째 세계 1위를 지키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사진=롤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로고(네이버)]
[사진=리그오브레전드 로고(네이버)]
리그오브레전드는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가 2009년 출시해, 5명의 플레이어가 한 팀으로 각자 다른 위치에서 맡은 역할로 성장한 후 상대의 기지를 파괴하는 규칙의 게임이다. 롤은 세계 동시 접속자가 800만 명 이상으로, 매달 1억 명 이상이 플레이하며 굳건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4주(약 4년)의 기간 동안 연속으로 피시방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한국, 중국, 북미, 유럽, 베트남,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10월경 각국 최고의 팀을 선발해 경쟁하는 월드 챔피언십은 동시 시청자가 최대 1억 명에 달해 월드컵에 버금가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6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단순히 게임을 넘어 하나의 스포츠로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개최된 롤 월드 챔피언십
[사진=복주머니로 조 추첨(구글)]
[사진=광화문 광장에서 초대형 티모(롤 캐릭터)와 세종대왕]
[사진=뉴진스가 월드 챔피언십 결승 오프닝 무대(라이엇 게임즈)]
롤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각 국가의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팀들이 선발되어, 월드 챔피언의 칭호를 두고 경쟁하는 세계 대회다. 국내에서는 롤드컵(롤+월드컵)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롤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개최 국가가 변경되기 때문에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예선전과 본선의 일정을 부산과 서울에 나눠 대회가 진행되었고 결승전은 서울 고척돔에서 진행되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에서 진행되는 만큼, 대회 홍보 영상을 광화문에서 촬영하고, 한국의 전통 복 주머니를 이용하여 조 추첨을 진행하는 등 한국의 문화를 대회 곳곳에 적극 활용했다. 이외에도 뉴진스, 백현 등 한국의 k-pop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대회 주제가를 부르고 결승 무대 오프닝을 빛내기도 했다. 특히 결승전이 시작되기 3일 전부터 진행된 ‘월즈 팬 페스티벌’에는 15M 대형 티모(롤 캐릭터)가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랜드마크의 역할을 했으며 4일의 기간 동안 총 13만 명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 중국
[사진=2021년 중국의 EDG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장면(바이두)]
[사진=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받는 장면(구글)]
2023년 아시안게임과 월드 챔피언십을 연이어 우승한 현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롤을 잘하는 나라는 한국이 분명하다. 하지만 롤에는 중국이라는 영원한 숙적이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8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2019년에도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20년에는 한국이 1위를 쟁탈했지만, 다시 2021년에는 중국이 우승을 가져갔고, 2022년에는 또다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수없이 우승을 두고 경쟁하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었다.
올해 대회는 특히나 강력한 중국 팀의 기세에 많은 한국 팬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8강전에서 한국 국내 대회를 우승한 차지한 젠지와 리그 1위를 차지한 kt가 중국 팀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탈락했고, 남은 팀은 T1뿐이었다. 젠지와 KT의 패배로 중국 팀은 일찍이 세 팀이 4강에 진출했으며, 만약 T1마저 패배한다면 4강에 진출한 팀이 모두 중국 팀으로 사실상 우승팀이 중국 내에서 정해지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T1은 주장 이상혁(페이커) 선수를 중심으로 8강전부터 차례로 중국 팀을 격파하며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모두 중국을 상대로 승리하여 우승을 쟁취했다. 이번 우승으로 이상혁(페이커) 선수는 팀과 함께 월드 챔피언십 4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세웠다. 여담으로 페이커는 10년의 선수 생활 동안 출전한 모든 월드 챔피언십에서 중국 팀을 상대로 단 한 번의 다 전제 패배를 당한 적이 없는 무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있다
[사진=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페이커(구글)]
스포츠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러한 불문율을 깨는 몇몇 존재들이 있다. 축구에는 메시가 농구에는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롤에는 이상혁 선수가 있다. 이상혁 선수는 페이커(Faker)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2013년 SKT T1 프로팀의 롤 프로 선수로 데뷔하여 데뷔 첫 해 국내 리그와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5년 2016년도 국내 리그와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롤을 넘어 세계 e-스포츠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페이커는 2017년 월드챔피언십 준우승부터 2018 자카르타 올림픽에서의 준우승, 2022년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까지 6년간 국제 대회에서 우승 획득에 실패했다. 이처럼 그가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슬럼프에 빠지자 왕의 몰락이라는 여론이 생겨났고, 선수의 수명이 짧은 e-스포츠의 특성상 페이커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커는 다년간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주도했고, 슈퍼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7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스로 왕좌를 되찾았다. 특히나 페이커는 올해 손목 부상으로 국내 대회 참여를 잠시 중단하는 등 큰 난항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우승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7년 만에 롤의 황제로 돌아온 페이커에게 많은 프로 선수들이 존중을 표하며 우승을 축하했고, 심지어 결승에서 패배한 중국의 팬들마저도 페이커에게 축하를 전하며 스포츠가 가진 화합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게임은 스포츠가 아닌 그저 게임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전략, 경쟁, 협력, 화합을 알게 된다면 전통의 스포츠와는 또 다른 e-스포츠의 재미를 이해할 것이다.
학생기자 유준(저장대 정치행정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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