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180] 쓸만한 인간

[2023-03-09, 18:56:22] 상하이저널
박정민 | 상상출판 | 2019년 9월
박정민 | 상상출판 | 2019년 9월

“아… 싸가지 없는 넘, 저건 연기일 수가 없어. 어쩜 저리 리얼하냐?”

그를 본 첫인상이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8>에서 성보라를 찬 쓰레기 남친으로 3분 나와서, 약 3천 개의 욕을 먹었다고 한다.

‘흠. 송몽규 역에 듣보잡 네가 왜 나와. 그래도 연기는 좀 하네!’

영화 <동주>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첫인상이 강렬하게 비호감이었던 터라, 탐탁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난 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였다. 천연덕스런 그의 연기를 보며 뾰족한 경계심이 풀렸다. 영화 <변산>, <시동>, <기적>도 찾아봤다. 이제 나는 그를 보기 위해 일부러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팬이 되었다. 힘을 다 뺀 심드렁한 그의 연기가 좋았다. 이번에는 어떤 표정을 가지고 연기했을지 그 변신도 궁금했다. 
동네 서점을 연 책방 주인이기도 했고, 글을 꽤 쓴다는 소문도 들었던 차에, 서점에 갔다가 그의 산문집을 보게 되었다. 

작가 소개
작가는 아니다. 글씨만 쓸 줄 아는 그저 평범한 당신의 옆집 남자. 가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
오기도 한다. 

작가의 말
그럴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그저,
무심결에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시크한 작가 소개도 끌렸지만,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바로 당장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공이 느껴진다. 무심결에 들어보라고 했지만, 작정하고 집중해서 들어볼 생각이었다. 평소 산문집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은 박정민 후광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86년생이라는 그의 문장은 달랐다. 많이 달랐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시니컬한 문장부터 어느 순간에는 낄낄거리고 웃게 만드는 탱글탱글한 재치 가득 유머까지. 그러다 훅 진지해지기도 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몇 문장에 가슴이 찌르르르해지기도 한다.

당신의 인생도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다.
영화 같은 인생을 사시느라 수고가 많다.
그래도 우리 모두 절망치 말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 민들레가 나도 껄껄 웃으면서 살아가자.
어차피 끝내는 
전부 다 잘 될 테니 말이다. (p. 52)

압구정동에 서 있으면 청담동 아주머니가 고급 외제차 키를 건네며 발레파킹을 부탁하기 일쑤라는 인간 박정민, 얻어맞고 다니던 소년기를 보내고 딱 12년 후 한 영화에서 누군가를 쥐어 패기도 한다는 배우 박정민. 에세이집에는 너무나 인간적이라 찌질해 보이기도 하는 박정민만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겐 특별히 한국에서 돌아와 격리하는 동안 즐거운 위로가 되어 준 책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라도,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김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 12년만에 ‘..
  2. 스타벅스, 중국사업 지분 매각설에 “..
  3.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동 휠체어’..
  4. 中 가짜 다운재킷 7만벌 적발… 거위..
  5. 초등학생 폭행한 경찰에 中 누리꾼 ‘..
  6. 골드만삭스 “트럼프, 대중국 실질 관..
  7. 중국 게임 '오공' 게임계 오스카상..
  8. 걸어서 특별 행정구로… 홍콩, 마카오..
  9. 현대 도시 풍경과 우리 독립운동 역사..
  10. 中 산업용 로봇 밀도, 독일·일본 제..

경제

  1. 스타벅스, 중국사업 지분 매각설에 “..
  2. 골드만삭스 “트럼프, 대중국 실질 관..
  3. 중국 게임 '오공' 게임계 오스카상..
  4. 中 산업용 로봇 밀도, 독일·일본 제..
  5. 콰이쇼우, 3분기 이용자 수 4억 명..
  6. 상하이 부동산 시장 활황, 11월 중..
  7. 화웨이, 역대 가장 강력한 Mate7..
  8. 팀 쿡, 중국 재방문 “중국이 없으면..
  9. 中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날개달다'..
  10. 中 ‘굿즈’ 경제, A주 트렌드 되다..

사회

  1.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 12년만에 ‘..
  2.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동 휠체어’..
  3. 中 가짜 다운재킷 7만벌 적발… 거위..
  4. 초등학생 폭행한 경찰에 中 누리꾼 ‘..
  5. 상하이의 아름다운 밤하늘 누비는 ‘헬..
  6. 上海 아파트 상가에 ‘펫 장례식장’..
  7. 상하이 소비쿠폰 발행 ‘순삭’…막상..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2.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3. [책읽는 상하이 261] 우리가 ‘항..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5.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6] 차가운..
  6. [무역협회] 기술 강국의 독주? AI..
  7. [상하이의 사랑법 19] 사랑은 맞춤..
  8. [박물관 리터러시 ③] 천년 전 고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