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골퍼들의 경기를 보조하는 캐디(경기보조원.속칭 언니)의 눈에 비친 국내 주말골퍼들은 어떤 모습일까. 흔히들 주말골퍼들은 "우리가 캐디피(봉사료) 내는데 눈치 보며 볼 칠 일 있어*라며 콧대를 세우기 일쑤다. 또 거리가 맞지 않거나 퍼팅이 홀을 비켜나면 "이거 뭐야, 언니 거리를 제대로 알려준 거야. 퍼팅 라인은 똑바로 본 거야*라며 홀대하거나 반말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의 `궁합이 맞지 않는 골퍼와 캐디의 속마음'에 열거된 상황별 흐름도를 쫓아가면 골퍼와 캐디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 상황1. 첫 대면
"우리 팀 언니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맘에 안 든다. 왠지 초짜인 것 같다."(골퍼)
"인사를 해도 담배만 피우며 먼산을 바라본다. 실력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하늘을 찌르는 골퍼일 게다."(캐디)
▶ 상황2. 티 샷 OB와 멀리건
"티샷을 했다. 연습스윙 없이 친 탓에 OB가 났다. 주위 동료들이 멀리간을 외친다. 그러나 못생긴 캐디가 눈을 흘기며 OB 티로 가라 한다."(골퍼생각)
"인터벌 한번 길다. 벌써 2분이나 지났다. 성질 급한 나, 티 샷 지켜보다 쓰러질 뻔했다. OB가 났다. 앞 팀은 홀아웃 했다. OB 티로 갈 수밖에…"(캐디생각)
▶ 상황3. 거리 시비와 진실
"언니는 170야드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180은 되어 보인다. 아까부터 느끼는 거지만 언니가 거리를 넘 짧게 부르는 것 같다. 바람까지 몇 야드 봐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또 눈을 흘긴다."(골퍼생각)
"사실 이 파3홀은 골프장 개장 이래 쭉 160야드다. 거리가 넘 안 나서 170이라 불렀다. 그래도 짧다고 불만이다."(캐디생각)
▶ 상황4. 왜 이렇게 내모는 거야
"우리 팀의 진행이 너무 빠른가 보다. 뒤 팀이 쫓아오질 못한다. 근데 앞 팀은 어디 간 거야? 언니는 왜 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한 거야."(골퍼생각)
"우리가 1부 마지막 팀이다. 벌써 한 홀 반을 비웠다."(캐디생각)
▶ 상황5. 스코어 카드
"못생긴 게 맘씨도 고약하군. 디지털 스코어로 적었다. 한 타도 안 깎아줬다."(골퍼생각)
"골퍼가 놀랄까봐 스코어 10타를 줄여줬다. 그런데, 스코어 카드를 본 골퍼의 표정이 왜 저럴까? 다신 안 봤으면 하는 골퍼다."(캐디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