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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상하이 123] 아몬드

[2021-12-06, 15:09:34] 상하이저널
손원평 | 창비 | 2017.03.31
손원평 | 창비 | 2017.03.31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새삼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감명 깊게 읽은 한국 작가 손원평의 장편소설 <아몬드>를 소개한다.
‘특별한’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사람은 머릿속에 누구나 두 개의, 크기도 생긴 것도 꼭 아몬드 같은 '편도체'를 갖고 있는데 소설 속 주인공 ‘윤재’는 이 머릿속 아몬드가 '고장 난' 상태다. 외부 자극이 오면 머릿속 아몬드에 빨간불이 켜져야 하는데 윤재는 그렇지 않다. 웃을 줄도 울 줄도 모르고 기쁨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고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그저 막연하다. 일명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병을 타고난 윤재는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말한다. ‘엄마’는 윤재에게 삼시 세끼 아몬드를 먹인다. 미국산, 호주산, 중국산, 러시아산......아몬드를 많이 먹으면 윤재 머릿속 아몬드도 커질 거로 생각한다. 그게 엄마가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망 중 하나니까.
 
‘우리 예쁜 괴물’이라며 사랑해주는 ‘할멈’과 엄마의 보살핌 속에 윤재는 그럭저럭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라고 일기장에 유서를 갈겨쓴 남자가 거리에서 무차별 칼부림질을 하고 마침 거기 있던 윤재와 엄마와 할멈은 충격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병원에 있던 윤재에게 어떤 중년의 남자가 찾아오고, 윤재는 자기와는 또 다른 '괴물'인 또래 ‘곤이'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 두 소년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슬프고도 아름답다. 윤재 머릿속 아몬드는 과연 커질 수 있을까?
 
감동과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의 시대에 ‘느낀다’는 것의 의미가 얼마나 절실한지, ‘느끼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겨운 몸부림이 있어야 하는지 잔잔하나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평처럼 ‘사람은 겉보기에 괴물로 보인다 할지라도 그 내면에는 언제나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분투가 숨어 있다’는 진실이 아릿하게 그려진다. 소설 속 ‘윤재’는 자신을 ‘괴물’이라고 하지만, 사실 소설 밖 세상에는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추한 영혼이 깃든 이른바 ‘정상인’이 얼마나 많은지, 과연 ‘정상’과 ‘비정상’을 가름하는 경계는 무엇인지, 과연 내 속엔 괴물 같은 면 하나 없다고 누구나 장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공감’이 더없이 소중해진, 무디어지고 냉랭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타인에게 얼마만큼 공감해주며 내 감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지? 주변에 윤재 같은 인물이 있을 때, ‘모자라고 온전치 못하고 불쾌하다’는 라벨이 붙여져 세상에 의해 쉽게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타인들을 사랑으로 끌어안고 보듬을 가슴과 용기가 나에겐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아몬드>는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2020년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지금까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5개국으로 수출되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재미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 자신과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사고로 확장된다면 책을 쓴 것이 제 기능을 다 한 셈”이라는 손원평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최승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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