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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국제학교 “학교폭력 학교에 맡겨라”

[2021-11-19, 23:17:45] 상하이저널

“학교가 해결해 줄 테니 전화 받으세요”

상하이에 17년째 거주하며 세 아이 모두 국제학교에 보냈다. 큰 아이는 졸업했고, 두 아이는 현재 8학년, 11학년에 재학 중이다. 1학년 입학부터 줄곧 한 학교에 보내고 있다. 

학교 교장이 당시 학부모 대표였던 나에게 연락이 왔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9학년 학생이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가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으니 제발 전화 좀 받으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수소문을 해서 그 피해 학생의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 다른 국제학교에서 괴롭힘이 심해 1년 전에 우리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고 한다. 1년간은 학교도 잘 다니고 상처에서 많이 벗어나는 듯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 괴롭힘을 주동했던 학생이 우연히 우리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피해 학생의 지옥은 다시 시작됐던 것이다. 

같은 학년에 한국 아이들이 유난히 많은 해였다. 수업이 끝나면 8~9명 되는 아이들이 구베이 학원까지 같이 다니다 보니 그들의 결속력은 더해졌고 괴롭힘의 강도도 심해졌다. 같은 반 외국 애들이 끼어들 여지도 없었고 한국어로 괴롭히니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면서도 “좀 심하다, 야만스럽다” 생각을 했다고 한다. 

피해자 엄마가 상황 파악을 하고 학교에 알렸으나 학교에서는 너무 많은 연루자가 있으니 그 한 명을 지목해야 구체적으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엄마도 피해 학생도 끝까지 얘기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를 만났을 때 그 엄마는 “후환이 두려워 이름을 지목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알아서 해 주길 바랐다”라며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이 직접 사과하도록 하겠다”

이번엔 학교에서 가해 학생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만 명도성 홈스테이에 맡기고 부모는 다른 지역에서 일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학교로부터 오는 전화는 아예 안받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마지막 시도로 이 가해 학생이 사과를 한다고 하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좋은 방법 같아서 피해 학생 엄마에게 전화로 상황을 전하니 그 엄마는 화를 냈다. 가해 학생의 친구들이 있고, 내가 전화할 때마다 그 기억이 떠올라 괴롭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오지랖을 떤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고 학교에 알렸다. 학교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잘 해결하고 싶어 했으나 피해자도 가해자 부모도 학교와 연락이 안되다 보니 답답하고 안타까워했고 피해 학생에게 너무 미안해 했다. 

아무튼 피해 학생이 학교에 불만을 갖고 아무 말 없이 학교를 안 나오는 것으로 이 일은 유야무야 돼버렸다. 그 후로 그 가해 학생은 1년간 학교를 더 다니다가 한국학교로 전학을 갔고, 피해 학생은 더 이상 다른 학교로 전학 가지 않고 음악에 관심이 있어 검정고시 보고 음악대학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다음해에 학교 교장이 또 비슷한 애가 전학 온다고 하여 학비까지 다 받았는데 전에 다니던 국제학교에서 늦게 받은 추천서에 학교폭력 전력을 확인하고 학비를 바로 돌려주고 입학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 학부모에게 욕은 먹었지만, 그래도 그런 학생 안받은 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학교도 전학생 받을 때 엄청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선생님들도 바뀌고 6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가 쌓여 해결 능력이 더 많아졌을 만도 한데, 학교폭력 소식은 더 자주 들리고, 애들 싸움에 학부모 몸싸움까지 번지고 갈수록 요지경인 것 같다.

가끔은 상식이 통할 것 같아 가해 학생 부모를 만났는데, “우리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고 자기 아이 말만 듣고 아예 부정하는 부모부터, “오죽하면 우리아이가 그랬겠냐”며, “같은 학년이라도 형인데 형 대접도 못 받는 우리 아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우는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심지어 떼로 몰려 다니며 약한 학생 괴롭히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착각까지 하는 부모도 있었다. 

가해자 부모들을 보면 그런 말이 생각난다. ‘문제 있는 부모는 있어도,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 문제 있는 아이 뒤엔 문제 있는 부모가 먼저 있었다. 애들만 해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리적 폭력 줄어들고 SNS 괴롭힘 진화

물리적인 폭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SNS를 통한 괴롭힘도 계속 진화되고 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표현을 위챗으로 보낸다든가 남의 약점을 찾아내 모욕감을 주는 것 등이다. 

가장 속상한 것은 국제학교에서 한국학생들을 괴롭히는 가해자가 대부분 한국 애들이라는 것. 그래서 학교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문화도 잘 모르고 한국어로 괴롭힌 것을 영어로 중국어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보니 어지간하면 부모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해결되기는커녕 감정만 상하고 결국 더 이상 해결되지 않은 채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사소한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주는 학교”

내 경우엔 세 아이를 같은 학교에 보냈는데 문제가 생기면 학교로 가서 피해 정도를 알리고 계속 진행 상황을 체크한다. 대부분 사소한 문제들이었지만 학교가 심각하게 받아주고 진심으로 공명정대하게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신뢰가 간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이가 학폭 사실을 알리면 적극 대처하라”

매년 새로운 한국 애들이 학교에 들어온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는 말한다. 한국 애들끼리의 문제라도 꼭 학교에 맡겨라. 절대 엄마들까지 만나 해결하려 애쓰지 마라. 그리고 애들이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 이메일만 쓰지 말고 반드시 상담교사와 얼굴을 보고 말하라고 한다. 이메일만 교환하다 보면 아무리 영어를 좀 한다는 학부모도 자기 감정이 안 좋다 보니 학교 메일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굉장히 서운해하고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오해가 생겨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사태까지 간다. 그래서 가능하면 직접 찾아가서 얘기 하기를 권한다. 

“사소한 차별과 폭언에도 더 민감해져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이들 세상은 어른들의 작은 사회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아이들 폭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어른들의 사소한 차별 폭언도 더 민감해지고 불의에 더 용감하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폭력은 절대 사라지지 않겠지만 내 가정과 내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약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는 우리아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학교폭력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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