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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의 가을 전령

[2021-09-28, 19:36:23] 상하이저널

상하이의 봄엔 다양한 꽃들이 함께 한다. 조금만 따뜻해져도 서둘러 꽃을 피우는 성급한 동백을 시작으로 한국보다 보름 가까이 빨리 개화하는 크고 탐스럽고 고고한 목련이 지천인 봄이 상하이다. 초록이 시작되며 꽃들이 피어나며 다양한 색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그래도 상하이의 봄의 색깔은 꽃가루와 함께 목련, 벚꽃, 각종 햇과일들의 꽃이 주를 이루어서인지 흰색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겨울이 지나고 매미가 울기 전 상하이의 봄을 흰나비가 채운다. 분명 기억에 상하이는 나비 전시장일 만큼 수많은 종류와 멋진 색을 뽐내는 나비들 천국인데 봄은 흰나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수많은 다른 나비들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 비밀이 풀린다.

한낮은 아직 덥지만 상하이에도 가을이 오는 것이 아침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을 느끼는 순간 내 눈에 고고한 자태의 노랑 점을 가진 검은 나비가 서너 마리 보인다. 좀 더 가니 자연이 만든 색이라고 볼 수 없는 연보라빛 꽃을 피운 수초의 꽃 위에 짙은 황갈색 화려한 무늬의 호랑나비가 앉아 있다. 가을이 시작되었다.

가을은 봄과 달리 이 세상의 모든 색을 풀어 놓았다. 봄에는 볼 수 없었던 모든 색들로 뒤덮인다. 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라 온갖 곤충과 나비들을 보고 자랐음에도 상하이에 와서 보는 나비와 새들, 잠자리의 종류와 색깔들에 놀라곤 한다. 상하이에 살지 않았으면 결코 보지 못했을 곤충도감에나 나올 나비들과 잠자리들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태어나 처음 보는 파랑나비를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호랑나비를 한 마리 만나도 기쁜데 매일 내 눈 앞 여기저기에 가을을 맞이하는 온갖 색의 나비들이 날아다닌다. 

중국에 처음 도착해 마늘과 생강 크기에 놀랐다. 한국에서보다 두 세배 큰 토란과 마늘만큼 상하이의 가을 나비들은 모두 미모를 자랑하듯 크고 아름답다. 식물원에 가지 않아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 모든 나비를 만날 수 있다. 잠자리는 고추잠자리와 일반 갈색 잠자리 두 종류만 보며 자란 내가 온 몸이 검은색 잠자리, 초록 잠자리, 빨간 잠자리를 매해 만난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천적의 눈에 띄지 않고 매해 내 눈 앞에 나타날까 싶다. 바로 눈 앞에서 헬리콥터를 운행을 멈추며 서 있듯 빤히 쳐다 본다 착각할 때도 있다. 그래서 녀석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 좋다. 

상하이의 가을은 너무 화려하다. 봄처럼 꽃이 상하이를 점령하진 않았지만 상하이의 가을을 날아 다니는 나비들을 위해 봄에는 볼 수 없던 주황색, 보라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의 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한여름을 지나며 단풍이 되어가는 나뭇잎과 섞여 가을은 온통 팔레트다. 
내가 찾아 다니며 색을 골라내야 할 정도다. 그 색깔들에 숨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가을 나비들과 잠자리들이 매해 가을을 채울 수 있음을 본다.

상하이의 봄과 가을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보게 된다. 봄을 가득 채운 흰색의 꽃들 때문에 봄에는 흰나비만 부화하나 싶기도 하다. 가을에만 만나볼 수 있는 온갖 아름답고 화려한 나비들을 보며 상하이의 다양한 가을 색깔에 문득 감사하다. 코로나19로 오고 가는 것, 여행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대에 어김없이 가을과 함께 찾아와 준 검은 나비가 너무 반가워 화면에 담았다. 사람 중엔 아무도 잡으려 하는 이가 없으니 꽃을 찾아 다니며 사람 주위도 계속 맴돈다. 

나뭇가지에 초록으로 숨어 있던 과일들이 하나 둘 제 색깔을 내는 가을이 시작되었다. 가을나비들이 전령이 되어 ‘가을이 왔다’ 외치는 듯 하다. 

Renny(denrenhan@naver.com)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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